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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수필가
‘서커스(circus)’라는 단어는 고대 로마시대의 전차경주 경기장의 원형 울타리를 뜻하는 말이었다. 1768년, 영국의 한 말타기 곡예사가 원형 공연장 안에 관객석과 지붕을 설치해서 구경꾼들을 끌어 모았다. 1782년엔 소속 기수 중의 한 사람이 ‘로열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독립해 나가, 이것이 바로 서커스가 곡마단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된 기원이다.

 오늘날의 서커스는 순회 곡마단을 가리키며 고유명사와 같이 쓸 때는 몇 개의 도로가 모이는 광장을 가리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피카딜리 광장(Piccadilly Circus) 같은 경우이다. 1925년 일제강점기에 일본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던 동춘(東春) 박동수(朴東壽)씨가 한국인 30명을 모아 처음으로 ‘동춘 서커스단’을 창단해 2010년까지 85년의 전통을 이어왔다. 첫 공연은 1927년에 목포시 호남동에서 있었다.

 전성기인 1960∼70년대엔 공연단원이 25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며 영화배우 허장강, 코미디언 서영춘을 비롯해 배삼룡, 백금녀, 남철, 남성남, 장항선씨 외에 가수 정훈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1995년 봄엔 전주 풍남제 공연을 시작했고 1998년 9월 과천종합청사 잔치 마당 ‘세계 마당극 축제’공연에서는 3만 5천의 관객을, 12월 분당 구청광장 공연에서는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또한 진주 개천 예술제, 진해 군항제, 밀양 아랑제, 강릉 단오제, 경주 신라문화제, 공주 문화제, 충무 한산제 등이 열릴 때마다 방방곡곡을 누비며 공연했다.

 그러나 관객들이 스포츠와 연예계 볼거리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관객이 줄자 동춘서커스단은 경제위기를 맞게 되어 2009년부터는 중국인 곡예사 29명, 한국인 곡예사 5명으로 겨우 극단을 유지하며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결국 동춘서커스단은 2009년 11월 15일 서울 청량리 시장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체됐다.하지만 주변의 만류와 경기 수원시 시설관리공단이 수원야구장 주차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해체 결정을 철회했다.

 이후, KRA한국마사회는 서울경마공원에 동춘서커스를 위한 상설공연장을 설치하고 2010년 4월 1일부터 매일 2~3회 연중무휴로 공연을 하므로 써 그 명맥을 이을 수 있게 했다.

 이어 2011년 6월부터는 안산시 대부도에서 공연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 봄, 남동구약사회 임원진이 공연장을 찾았을 때 일요일이어서인지 제법 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1987년에 유행하던 애절한 색스폰 반주의 ‘곡예사의 첫사랑’이란 가요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의 큰 꿈은 엄청난 규모의 동춘서커스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동심을 회상하며 객석을 메운 관객들은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휴식시간에 판매하는 홍보용 책받침을 두말 않고 구입해 주었고, 그들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열열한 박수로 격려했다.

 하지만 곡예사의 대부분이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관객들은 거의 없었다. 아니 그나마 발길이 끊어지지 않으려면 오히려 그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곡예사란 직업이 위험한 중노동에 비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을 꿈꿀지언정 이 직업을 선택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서커스를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서커스를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곡예사들은 공무원으로 신분을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손꼽는 대표적인 서커스단은 중국의 ‘베이지교예단’, 북한의 ‘평양교예단’, 러시아의 ‘볼쇼이’ 등이 있다.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는 1980년대 사양 산업이던 서커스를 한 길거리 공연자가 개발하여 연간 9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전 세계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현 박세환 단장은 창단자인 고 박동수의 양아들로 30년 가까이 동춘을 이끌어 오며 쇼와 섭외 그리고 집회 신고에 이르기까지 1인 10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북 서커스 합동공연의 꿈과 상설 공연장을 갖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춘서커스단이 일취월장하여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경인지역 시민들이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서커스! 그것은 볼거리를 위한 단순한 공연이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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