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그랜드 슬램’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다.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모두 석권하면 ‘캘린더 그랜드 슬램’으로 부르고 시기와 관계없이 모두 한 번씩 우승하는 것을 가리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최소한 네 번이나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달성하기 무척 어려운 대기록이다. 현재 여자 골프의 경우 메이저 대회가 아나 인스퍼레이, PGA 위민스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 챔피언십 등 5개가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4개를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으로 인정한다.

지금까지 여자 선수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선수는 총 7명이다.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2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제패하며 7번째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로 이름을 올렸고 그에 앞서서는 루이스 서그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1999년), 카리 웨브(호주·2001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3년) 등 쟁쟁한 이름들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룩했다.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은 가장 최근 이 기록을 달성한 소렌스탐 이후 12년 만이다. 남자 선수까지 따져서도 이 기록은 흔한 것이 아니다. 보비 존스(미국)가 1930년에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이후 진 사라젠(1935년), 벤 호건(이상 미국·1953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2000년) 등 6명만이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뤘다.

‘골프의 전설’로 불리는 아널드 파머(미국)도 PGA챔피언십을 제패하지 못해 그랜드 슬램의 꿈을 이루지 못했고 현재 남자골프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아직 마스터스 그린 재킷이 없다. 여자 선수 중에서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쩡야니(대만) 등 최근 투어를 평정했던 선수들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했거나 전성기를 사실상 마감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가장 먼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가 9월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제패할 경우 5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슈퍼 그랜드 슬램’까지 이루게 된다. 박인비는 2012년에 에비앙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당시에는 이 대회가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다. 슈퍼 그랜드 슬램은 각기 다른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웨브가 유일하게 달성했다. 이는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가 변경되면서 달성이 가능했던 기록이다.

여자골프는 2000년까지 뒤모리에 클래식이 메이저 대회로 인정받다가 2001년부터는 이 대회가 제외되고 브리티시 오픈이 추가됐다. 웨브는 뒤모리에 클래식이 메이저 대회였던 1999년에 우승했고 2002년에는 브리티시 오픈까지 제패하면서 메이저 대회 5개를 석권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박인비 역시 2013년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하면서 각기 다른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슈퍼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게 됐다. 박인비는 이를 뛰어넘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 경우 ‘슈퍼 그랜드 슬램 + 올림픽’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도 달성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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