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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수인선(水仁線) 전 구간 개통이 12월로 예정되어 있다. 송도역에서 경인선 시발지인 인천역까지가 남은 공사 구간이다. 갖가지 사연과 추억을 간직한 협궤열차는 연전(年前)에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는 새롭게 광궤열차가 중구 신흥동 옛 종점 수인역 인근을 지나 인천역에까지 와 닿게 된다.

 수인선의 온전한 개통은 인천시민 교통 편리에 분명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또 경제적으로도 적지 않은 실익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된다. 해서, 1961년 중학 2년 시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처음 협궤 꼬마열차를 타고 수원에 도착하던 추억을 되살리며 이 경사를 미리 축하한다.

그러나 이런 축하의 마음 속 한편에 지워지지 않고 남는 것이 있다. 이 철로의 명칭이 주는 씁쓸함과 유감스러움이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주위에 이 같은 감정을 공유한 시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수인선은 마땅히 ‘인수선(仁水線)’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주장에 그저 뜨악해하는 얼굴들뿐이었다.

 ‘수인선’으로 처음 불리게 된 것은 일제(日帝)에 의해서였다. "애초 수인철도는 사철(私鐵) 협궤(挾軌)로서 일제가 1935년에 착공하여 1937년에 개통한 선로였다. 1928년 조선총독부의 인가를 얻어 제1기 사업으로 1929년에 수원-여주 간 수려철도 43km 공사를 착공하고, 2기 사업으로 수원-인천 간 수인철도 27km 구간 공사를 계획했던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여주-흥호리 간 철도가 개통되는 데 따라 강원도 오지와 인천항과의 물화(物貨)와 여객 교통이 직접 편리하게 되며 또 한편으로는 이 연선(沿線)의 염전 확장 계획에도 서광이 비치게’ 된다고 했지만, 실상은 수원을 거점으로 해서 경기, 강원 등 한반도 중부, 내륙지방 경제 침탈이 그 목적이었다.

 자연적으로 일제는 수원을 침탈 중심지로 삼아 ‘수려철도(水驪鐵道)’ ‘수인철도(水仁鐵道)’로 철로 명칭의 기본을 정한 것이다." 여러 해 전, 모 일간지에 게재했던 글의 일부인데, 이처럼 일제에 의해 정해진 철도명이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답습돼 ‘수려선, 수인선’으로 굳어진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썼던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당시 모 구청장의 발언에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단 인천에서만이라도 단어를 ‘인수선’이라" 하자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의 공직자 어느 누구도 이 철로를 이렇게 호칭한 사람은 없었다. 비록 ‘일단 인천에서만이라도’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어도 그 구청장이 처음 운을 뗀 것이다.

 인수선! 이 호칭은 전적으로 옳다. 정부가 표시하는 시도 직제 순서를 보아도, 전국 3위의 광역시 위상을 보아도 이 호칭은 당연하다." 글은 바로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말미에 인천 사람들의 시민의식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지금은 없어진 선로이나 어처구니없게도 주안과 인천의 순서를 거꾸로 한 ‘주인선(朱仁線)’ 명칭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딱한 인천시민들. 그 구청장의 이번 발언이 깊이 잠들어 있는 인천 사람들의 의식을, 시민정신을 깨우는 도화선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작명의 주체는 당시의 교통부일 터이나 인천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선로 명칭을 어떻게 반론 한마디 없이 그대로 수용했는지…. 일제가 ‘수인철도’라 명명한 대로 똑같이 ‘주인철도’가 된 것인가. 여기서도 딱한 인천사람들의 의식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이것은 또 다른 글에서였다. 아무튼 생각해 보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당시에는 구제(區制)가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안은 ‘인천시’에 직접 속한 ‘한 동(洞)’에 불과했는데 기차 선로명이 ‘주인선’이 되었으니…. 민선 6기 유정복 시장이 인천의 가치 창조를 시정의 기본으로 역설하면서, 어떤 자리에선가 전국 시도 건제순(建制順)에서 인천이 대구 앞에 놓여야 한다는 견해를, 또 어느 자리에서는 서울과 인천의 관계가 아닌, ‘인천광역시와 경기도’를 표시하는 ‘경인’ 역시 ‘인경’으로 고쳐져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사실 그동안 인천은 이런 면에 대해 지나치게 소홀했고 깊은 생각을 갖지 않았다. 있었다 해도 늘 단발에 그치고 말았다.

 이제 건제순을 고치고, ‘인천·경기’의 표기 순서를 바로잡는 일과 함께 차제에 ‘인수선’에 대해서도 정당한 주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인천의 가치 창조는 ‘인천 정신’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면, ‘인수선’에 뜨악해하는 것은 결코 인천 정신이 아니다. 정말 자존심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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