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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행숙 한국미래정책연구원장
지방자치단체들의 인사 시즌인 7, 8월에 가장 많이 듣고, 하는 말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다. 이번 정권의 발목을 잡았던 많은 이슈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슈가 인사라는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인사의 중요성은 단순히 정치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과 기관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주민들과 접점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에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왜 인사 때만 되면 곳곳에서 볼멘 ‘아우성’이 들려올까? 이제 이러한 아우성의 원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체계적인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하다.

 인사가 조직의 경쟁력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원칙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인사가 만사가 되기 위해 단 하나의 원칙은 인사의 기초는 ‘성과에 따른 인사’이다. 지방자치단체 아우성의 원인은 ‘공정한 성과’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 연공서열, 출신학교, 출신지역 등 ‘줄 세우기식’ 인사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중 성과에 따른 인사제도를 시행하는 전라북도와 정읍시는 성과평가에 따라 그 결과를 인사에 그대로 반영하여 성과 점수가 높은 공무원이 승진하는 성과중심의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중심의 인사제도는 공무원들에게 업무성과가 곧 승진으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믿음을 주어,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성과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책개발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공무원의 성과향상의 노력은 주민들에게는 질 높은 행정서비스로 나타나 주민들의 행정신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성과중심의 인사는 무엇보다도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자리매김 되어 일하는 조직, 혁신하는 조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중심의 인사를 하기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성과를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다면 그 효과가 미비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 업무 성과에 대한 명확한 측정을 위해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도출하고 공정한 평가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확인하고 평가결과를 보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과평가결과가 인사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결과를 산출해야 한다. 단순히 정량적인 성과만을 가지고는 행정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업무환경이 다르고 조직내부 여건이 다른 부서의 업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업무환경, 업무특성 등의 요인을 반영한 세밀한 평가제도 마련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 또한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성과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과평가제도가 개인 간의 경쟁만 유도하게 된다면 조직의 목표, 기관의 목표는 사라지고 개인의 목표만 남게 될 것이다. 협력과 경쟁이 조화로운 성과평가제도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성과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마지막 조건으로는 공무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의 수용 없이는 조직의 성과도, 개인의 성과도 무의미하다. 수용도 높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제도 설계과정에서부터 공무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객관적인 성과관리시스템을 통해 평가결과를 도출하여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성과평가 제도 전반에 대해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여 평가제도 운영과정의 민주성을 확보할 때 인사가 조직의 경쟁력이 되고 인사가 성공적인 만사가 되는 조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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