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54번째 생일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붓으로 쓴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네 글자 휘호(揮毫)를 선물했다. 휘호 선물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직접 전달했으며 글의 뜻을 묻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의미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선약수’라는 말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8장에 나오는 "최고의 선(上善)은 물의 작용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해 있으므로 거의 도(道)와 가까운 존재다.

머무는 곳으로는 땅을 최상으로 여기고 마음가짐으로는 연못처럼 깊고 잔잔함을 최상으로 여기며, 함께하는 것으로는 어짊을 최상으로 여기고 일에서는 신용을 최상으로 여기며 바르게 함에서는 다스려짐을 최상으로 여기고 일에서는 능수능란한 것을 최상으로 여기며 움직임에 있어서는 시기적절한 것을 최상으로 여기지만 다투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라는 문장의 첫 구절이다.

 이처럼 ‘상선약수’라는 이 네글자는 의미가 깊어 널이 인용되고 회자되는 문구다. 필자도 한 서예가로부터 작품을 선물 받은바 있다.

 물은 자신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고지선( 至高至善)하다하겠다. 반 총장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한 ‘상선약수’라는 네 글자는 단순한 서예작품을 넘어 그 글자가 담고 있는 하나의 정치철학을 통해 통치에 참고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나름 생각된다. 노자는 제43장에서 "세상에서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 지극히 딱딱한 것을 파고 들어 간다."고했다. 부드러움에 대한 설명은 이어진다. 제76장에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몸이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굳어서) 견고하고 강하게 된다. 만물과 초목도 한창 피어날 때는 연약하고 여리지만 죽으면 말라서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견고하고 강한 것은 죽을 무리들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살 무리들이다…"

 ‘최고의 선’으로서의 물에 대한 철학은 제78장에서 종합편을 이루고 있다. "천하에 물보다 약한 것은 없다. 그러나 견강한 것을 공격하는데 그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러니 물을 사용한다면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은 천하에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함이 없는데 아무도 행하지 못한다..."라고 설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단순히 추상적인 문구로 ‘상선약수’라는 말만을 던져놓은 것만은 아니다. 구체적인 표현을 써가며 통치자의 폭정까지도 비판하고 있다. 제75장에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그 윗 사람들이 세금으로 거둬들이는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굶주린다.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가히 가정맹호(苛政猛虎)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제 9장에 "움켜잡고 채우는 것은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단련해서 날카롭게 하면 오래 보존할 수 없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그 누구도 지킬 수 없다. 부귀한 데다 교만하기까지 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길 것이다. 일이 완수되었으면 당사자는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다.(持而盈之 不如其已 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也)"라고 했다. 일찍이 노자는 이처럼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天之道)라 설파했다.

 욕망이 지나쳐 비울 줄을 모르고, 겸손을 몰라 낮출 줄도 모르고 너나없이 그저 기고만장(氣高萬丈)하여 날뛰는 세상이다. 그러다가 가진 것조차 몽땅 잃고,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오르다가 추락하는 것이 아둔한 인간이다. 산속의 멧돼지도 칡덩굴을 나누어 먹고(山猪葛分食), 들판의 소와 말도 풀을 나누어 먹는다(牛馬草分食)했다. 유독 인간만이 무한 욕망에 사로잡혀 오늘도 투쟁을 일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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