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찜통더위’를 피해 많은 시민이 바닷가 등으로 휴가를 떠나 도심은 한산하다. 그래도 도심 속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고객들로 붐빈다. 냉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 냉방시설은 물론 주차장도 변변치 못한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은 뜸하다. 단골들마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상인들은 오늘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 치고 있다.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밀착형 시장 상인들과 중소 유통상인들의 도산을 막고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본보는 지역 전통시장의 시설 및 경영 현대화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전통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천지역 전통시장은 총 63곳(54개소 등록)이다. 대다수는 형성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열악한 주차시설과 쾌적하지 못한 점포 여건으로 ‘올 사람도 못 오는 곳’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인천시는 이런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총 1천560여억 원의 시설현대화 자금을 지역 전통시장에 쏟아 부었다. 시는 전통시장 노후시설 개선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차장, 화장실, 보육 쉼터 등 시장 기초시설 확충 및 보수에 대한 상인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도 시는 18개 시장에 78억3천여만 원을 들여 시설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다. 대부분이 전통시장의 지붕·간판·조명 및 안전시설 확충 또는 보수였다. 가장 시급한 주차장 및 고객지원센터 건립 대상 시장은 4곳에 불과했다. 최근 통계를 봐도 전국 전통시장의 고객 주차장 설치율은 41.5%에 이른다. 인천은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33.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신 다목적 고객지원센터를 보유한 시장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하드웨어’ 구축은 미흡하다.

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 경쟁력 확보의 출발점으로 공영주차장 확충과 고객 편의시설 건립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상인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변 땅값이나 대로 등에 인접해 주거 및 상권이 빼곡히 들어찬 시장 여건상 새로운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주차타워 건립 등 구조고도화를 적극 추진해 달라고 해당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의 무료 주차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현실화해 수천 대의 차량이 제한 없이 주차 가능한 대형마트·슈퍼마켓과 최소한의 경쟁 기반을 갖출 수 있는 조례상 지원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인천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부평구에서 전통시장 주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대 1시간까지 무료 주차를 지원하고 있다"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초적인 하드웨어 구축부터 현실성 있게 이뤄져야 하는데, 노후시설 수리·보수와 같은 땜질식 처방으로는 전통시장이 지역 특색을 접목한 특화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0여 곳이 넘는 지역 전통시장의 기초·편의시설 구축이 미진한 상황에서 시장별 특화 상품 및 스토리와 접목한 신 쇼핑 상품을 개발하는 등 이른바 ‘경영 현대화’에 힘을 실을 여력이 없다는 한 시장상인회 대표의 언급이 설득력을 갖게 한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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