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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진실한 사죄, 종군위안부들의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에 대한 의미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기대해 왔다. 하지만 어벌쩡한 내용으로 얼버무린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는 실망 그 자체였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언론들도 실망과 비판을 쏟아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고노, 고이즈미 담화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실망스럽다"며 "일본으로부터 잔혹한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과 다른 이웃 국가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이 그동안 충분히 사죄했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실망스럽다면서 "반인륜적 범죄에는 시효가 없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을 강조했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잔혹한 식민지배와 위안부에 대한 범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이는 한국과 일본 간 역사적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 전쟁의 의도와 책임에 대해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하고, 피해를 입은 국가와 국민에게 성실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며 깊이 반성하고, 일본이 실제 행동을 통해 아시아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고전 인용으로 정평있는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3천 명의 일본 우호대표단 환영식에서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락호)’라는 공자의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 내용 대부분을 우호를 강조하는데 주력하면서 논어의 ‘以德報怨(이덕보원) :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내용을 인용했다. 중국은 전후 수천 명의 일본 전쟁 고아를 돌봤고 귀국을 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어 헌문편에 나타난 공자의 은원 보답에 대한 가르침은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以德報怨(이덕보원) : 덕으로 원한를 갚으면 어떻겠습니까?

 何以報德(하이보덕) : (그러면) 덕은 무엇으로 갚으려느냐?

 以直報怨(이직보원) : 원한은 올바름(정의)으로 갚고

 以德報德(이덕보덕) : 덕은 덕으로 갚는 것이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면 은덕은 은덕 이상의 것으로 갚아야 도리에 맞는다. 그러나 은덕 이상의 덕이 없으므로 결국 은덕과 원망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덕(德)에 박(薄)하고 원(怨)에 후(厚)한 행동이니 취할 바가 못된다. 덕은 덕으로 보답함이 당연하고, 원은 올바름 즉 정의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공자의 以直報怨(이직보원)을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유사 이래 최고의 명훈(名訓)이라고 격찬했다.

 일본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며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사죄와 보상이야말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는 물론 세계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자국의 이해득실에 따라 냉혹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 국제질서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도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자국의 이익에만 눈이 먼 편협성을 비판하고, 기약없는 변화만 촉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以直報怨(이직보원)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며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찌꺼기들을 몰아내야 한다.

 1938년에 조선총독부에서 엮은 조선사는 역사 왜곡을 통해 우리 민족을 비하하고 민족정기를 훼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일제침략기에 확산된 현대식 교육은 제도와 내용, 방법 곳곳에 일제의 영향이 남아 있다.

 심지어 야구나 당구 등의 스포츠 용어조차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소멸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목숨 바쳐 조국의 독립을 쟁취한 애국선열들을 기리는 것은 물론, 민족 대화합을 바탕으로 남북 통일과 민족의 반영을 이루는 길로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과 사회 각계각층에서 일제의 잔해를 몰아내어 자긍심을 세우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교육계 또한 일본에 의해 왜곡되고 조작된 역사를 바로 잡고, 빛나는 조상들의 얼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인재 양성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진정한 광복이며, 일제에 대한 以直報怨(이직보원)이고, 애국선열에 대한 以德報德(이덕보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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