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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수필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결과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93세의 고령인 이 여사를 초청해 세상의 이목을 받았다.

 정부는 정치적인 오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개인적인 방문을 강조하며 방문 일정도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햇볕정책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을 접대한 것은 통일전선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맹경일 부부장이었다.

김정은 제1비서는커녕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제1부부장조차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부모가 어린 자식의 생일을 맞아 또래의 친구들을 초청해도 방문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직접 하는 것이 예의이건만 친구도 아닌 할머니뻘 되는 분을 초청해 놓고 이런 무례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북한 방문을 마치고 8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여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 신분으로 방북했기에 정부로부터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6·15정신을 기리며 키우는 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으며, 특히 해맑은 북한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다는 진솔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상봉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 여사 측이 방북을 위한 사전 접촉 당시부터 면담을 요청했고 방북 기간에도 거듭 요구했지만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퇴한 미국의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 행적과 비교하면 박 의원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같은 민족으로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미국 농구스타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죽마고우나 만난 듯 포옹까지 하며 열렬히 환영한 바 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인권 특사의 방북 초청을 거절한 바 있는 북한은 로드먼의 재방문을 허용하고 평양에 도착하자 체육성 관계자들을 내보내 귀빈 대접을 했다.

 일행은 북한 당국이 준비한 벤츠 승용차를 타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숙소로 이동했다. 평양에 머무는 동안 북한 농구선수들을 만나고, 또 북한이 올해 ‘전승절’ 60주년에 맞춰 새롭게 꾸민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하고 금강산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소란을 떨었다.

반면에 이 여사는 민간 외교의 차원에서 평양의 복지시설 등을 방문했지만 일개 은퇴한 농구선수만도 못한 대우를 당하고 돌아와야 했다. 모 신문에 게재된 평양 거리의 택시와 2층 버스 운행 사진을 보는 순간 고작 북한의 교통수단을 홍보하기 위해 고령의 이 여사가 힘든 방북의 여정에 나섰는지 울화통이 터질 뿐이다.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햇볕정책을 강행한 김대중 정부였고, 박지원 의원은 천안함 폭침 당시에도 "북한이 저질렀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옹호하기 바빴던 장본인이기에 이번 사태로 마음의 상처가 더 컸으리라 본다. 종북 인사들은 이제라도 짝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 대한민국의 전 국모를 은퇴한 미국 농구선수만큼도 예우하지 않는 북한의 실체를 깨달아야 한다.

광복 70주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 통일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북한 체재에 대한 인식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이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여기는 층이 10년 전에는 66.2%였지만 올해엔 43.5%로 감소했다는 통계다. 적대 대상이라는 의견도 10년 사이 15.5%에서 25.6%로 증가했고, 경계 대상은 9.0%에서 19.7%로 높아졌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북한에 대한 불신층이 늘고 있는 것은 사소한 예우부터 시작해 3차에 걸친 핵실험, 연평해전 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등 그들이 자초한 자업자득의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때마침, 북한이 비무장지대 출입구에 설치한 목함 지뢰를 밟은 우리 측 병사 2명이 두 다리와 한쪽 발목을 잃은 사건은 국민으로 하여금 또 한 번 할 말을 잃게 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목함 지뢰를 매설한 증거가 있느냐?"며 감싸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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