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jpg
▲ 최희선 교육정책포럼대표/객원논설위원
‘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7월 21일 시행에 들어갔다. 인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져 교육적 대처가 절실한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국회가 심층적 논의와 제대로 공론을 거치지 않고 입법한 것이라고 비판이 거세다.

 특히 우리나라 국회는 비리와 부정, 그리고 성적 문제 등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면이 있으며 민주적 질서와 절차의 모범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도덕과 법을 혼동한 이런 입법적 발상을 보여준 것이다.

 더구나 국회는 이 법이 세계 최초라며 자화자찬을 늘어 놓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교육은 크게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의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인성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고, 지식교육은 인간이 사용할 도구를 위한 교육이다.

 도구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서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선한 것으로도 되고 악한 것으로도 된다.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지식이 선이나 악으로 달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간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은 밀접하게 연계돼 있지만 그렇다고 인성과 지식을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총리가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후 역기능적인 일이 벌어졌다. 학원마다 인성면접 대비반이 생기고 인성교육 수료증을 발급하는 단체가 250여 개나 나타났다고 한다.

 교육부는 서둘러 대입반영 방침을 백지화하는 소동을 빚었다. 현 정부에서 교육개혁과 반대로 가는 교육정책은 이뿐이 아니다.

예컨대 지난해부터 금지한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을 다시 허용하는 법령을 최근에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는 선행 출제 관행을 끊고 수능난이도를 안정화해서 공교육 정상화의 토대를 이루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표를 무색케 한 것이다.

 법이라는 강제적 장치를 통해 인성을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의도와 달리 부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예컨대 법제도적 인성교육은 성급하게 특정가치를 주입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는 압력을 받아 역기능을 낳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은 전혀 별개의 무관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므로 서로 연계해 보완, 시너지효과를 거둬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은 학교를 인성교육의 출발점으로 한 것 같다.

 그러나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시작해 학교로부터 움트고, 사회에서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실효성도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받는다.

 진정한 인성교육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인성이 시작되고 움틀 환경을 먼저 만들고자 했어야 한다.

 인성이 열매 맺어야 할 사회는 이미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고 직업윤리의 실종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OECD 중 최상위에 있어 그들의 가정은 밥상머리 교육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교권은 추락하고 있으며, 학교가 사회성원의 재생산보다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인성교육진흥법’은 연이은 국가적 재난 속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린 한국의 인성 앞에서 그 무안함과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덜어보자는 의도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진정한 인성교육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교육의 중심인 인성교육 없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일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가정교육부터 복원해야 한다. 가정이 인성교육의 요람이요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식교육 때문에 뒤로 밀린 인성교육을 앞세워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앞세울 수 있도록 사회가 그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다음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생활기록부에 품성을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하고 그 생활기록부를 대학의 학생 선발 때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너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고등학교 등급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라는 정책이 고교에서의 성적과 등급 부풀기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대학들이 스스로 마련한 잣대로 자율적으로 생활기록부를 평가하게 되면 그러한 부풀기 현상은 격감하게 될 것이다.

 부풀린 생활기록부는 해당 학생은 물론 그 고교 출신들이 두고두고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대학의 교양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종국적으로 학문의 기초를 위해서는 물론 인성교육의 완결을 위해 학부에서는 인문, 사회, 자연의 기초학문을 강화하고 전문대학원에서 전공학문을 심화하도록 대학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