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50∼60%가 상담센터를 찾아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나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학생이라면 이미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감안해 전공과를 결정하여 진학했든지, 아니면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할 수 있도록 올바른 진로지도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방황하고 있는 것은 초·중·고 12년 동안 진로교육이 미흡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 5월 29일 진로교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2월 23일 시행에 들어가게 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진로교육법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체험 기회를 제공하여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최대한 실현하여 개인의 행복한 삶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진로교육법의 제정으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진로교육 및 취업지도가 가능해 질뿐만 아니라, 공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교육은 성적지상주의와 한 줄 세우기식 입시위주 과열경쟁을 탈피하고, 학생들이 꿈과 끼를 살려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직업이란 생계수단을 넘어 자아를 실현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유능한 직업인 육성은 교육의 본질적 기능과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모든 학습자는 결국 직업 인식과 탐색, 직업 선택과 준비라는 삶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빠른 진로 결정이 학생의 미래에 반드시 긍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견할 수 있고, 자신이 몰랐던 정보를 접하면서 언제든지 꿈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진로 결정보다는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진로체험이 더 중요하다.
진로교육은 먼저 학생들에게 자신의 흥미, 장점, 성격, 적성 등을 스스로 파악하여 ‘나는 누구인가’를 알게 해주어야 한다. 나를 아는 것, 내 존재에 대한 인식, 내 존재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것이 진로교육의 시작이다.
둘째 단계는 변화하는 직업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산업의 발달속도가 빨라지면서 영원할 것 같던 직업이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하면서 직업의 세계는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오늘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갖게 될 직업의 60%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에 새롭게 생겨날 직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수없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직업 속에서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 어떤 직업이 보람 있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탐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로교육이란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이어야 함을 인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가진 고유의 가치를 존중해주지 못하는데 있다. 각자 얼굴이 다른 것처럼 천명의 학생은 천 가지의 색깔, 가치, 재능,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천명의 학생들을 하나의 규격화 된 틀에 가두어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다듬고 있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성해내는 일이 경쟁력이 되고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진로교육법의 시행과 함께 이제는 진로 중심으로 학교 교육과정과 평가체제가 변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학교는 협력과 공존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진로는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는 사람은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인내가 있으며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
나의 미래를 펼쳐 줄 나만의 진로,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 이다. 나만의 진로를 찾는 것은 나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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