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적절한 시기의 결정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이번에 정치자금의 전모를 드러내고 수사를 깔끔하게 하면 혼란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차제에 정치자금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가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고 부패구조를 청산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들은 정치자금의 윤곽에 대해 전면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이 정치개혁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수사가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특검 추진에 대해서는 검찰이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안을 내놓은 것은 자칫 검찰수사 흔들기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어서 일부에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의 언급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메시지로도 이해된다. 어쨌든 정치개혁의 대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수사를 하면 된다고 본다. 이번에도 대선자금 수사가 SK비자금 선에서 끝난다면 안 된다. 물밑정치적 타협을 통해 축소수사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아무튼 대선자금수사는 이번엔 끝장을 내야만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도 기업수사와 관련해서 “비자금 전반으로 확대하지 말고 정치자금에서 한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제하고 일반적인 정치자금이나 보험성이라고 하는 정치자금이면 그것은 기업에 대해 사면하고 넘어가자고 제안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쨌거나 여야의 대선자금에 대해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제기된 측근 비리들을 대선자금처럼 이번 기회에 다 털고 가야만 한다.
 
아무튼 대선자금 수사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자금 수사를 궤맞추기식으로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여야가 이번에도 밀고 당기면서 또 하나의 정치 공방을 벌이게 되면 우리정치의 발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대국민 사과 등은 수사가 다정리되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만 우리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전기가 돼야 하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면이나 제도개혁은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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