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아파 잠시 앉아서 쉬다가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들 생각에 다시 일어난다.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고 있는 신 할머니는 남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
신 할머니가 받는 기초수급비 20만 원 정도로는 두 가족이 한 달을 버티기에 벅차다. 파지는 1㎏당 90원으로 가장 비싼 값에 쳐주기 때문에 신 할머니는 되도록 박스류로 손수레를 채워 나간다. 플라스틱이나 버려진 도배지, 깡통 등은 1㎏당 30원밖에 받지 못한다.
어느 정도 손수레가 채워지자 신 할머니는 평소 다니던 고물상으로 향했다. 고물상으로 가는 길,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전봇대에 붙은 불법 전단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부지런히 떼어 내 담았다. 고물상에서 받은 2천160원을 주머니에 넣은 뒤 잠시 쉬던 신 할머니는 다시 재활용품을 모으기 위해 반대편 주택 단지로 길을 나섰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신 할머니와 같이 인천지역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은 2014년 초 기준1천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별다른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폐지수집 노인 현황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파악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했다. 인천시도 당시에만 반짝 실태를 점검했을 뿐 중앙 정부가 관련 사업을 중단하자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시 차원에서 일주일에 4회 이상 고물상에 다녀가는 어르신들에게 안전조끼를 배부하는 등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면서도 "관련 부서에서 현황조사 및 관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한 조사가 어려운 데다 정기적으로 고물상을 찾지 않는 어르신들도 많아 관리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폐지 줍는 노인들의 복지가 사각지대에 놓이며 생계형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상가 앞에 놓인 빈 병 등을 주워 간 노인이 경찰에 붙잡히기 일쑤고, 지난달 25일에는 70대 노인이 고물 수집을 위해 주안동의 한 전봇대에 자물쇠로 잠겨 있던 손수레를 훔쳤다가 불구속 입건되는 등 범죄자로 전락했다.
노인복지 전문가는 "지자체의 관심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노인복지회관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정기적인 폐지 수거 노인 실태조사를 통해 최소한의 보호·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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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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