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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로스쿨 교수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송도 6·8공구 부지에 대한 리턴권을 행사했다. 2012년 9월 교보증권 컨소시엄이 송도 6·8공구 3개 필지 34만7천36㎡를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8천520억 원에 인천시로부터 매수했는데 현재 아파트 건설이 추진 중에 있는 A3 부지를 제외하고 A1·R1 등 2개 필지 22만4천890㎡에 대한 리턴권을 행사한 것이다.

 인천시는 A1·R1 부지를 돌려 받는 대신 9월 7일까지 교보 측에 2개 필지에 대한 매각 원금 5,179억 원 및 이자 721억 원을 합쳐 5천900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2012년 인천시가 송도 6·8공구를 매각할 때, 토지 리턴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는 논의가 있었다. 인천시는 법적으로 매매라고 주장했고, 교보증권이 리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토지 리턴의 본질은 금전소비대차 즉, 고리 대출이다. 본질은 대출인데 단지 매매의 형식과 옷을 입은 것이다. 본질이 매매라면 이자율이라는 조건이 붙을 수 없다. 당시 인천시는 재정위기 상황에서 부채비율을 숨기면서 급한 불을 끄는 궁여지책으로 토지리턴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던 것이다.

 형식이 매매이기 때문에 부채로 잡히지 않고, 시의회의 승인이나 중앙정부의 감독을 회피할 수 있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편법까지 사용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많았다.

당시 많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토지리턴은 결국 폭탄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반대했지만, 이런 우려는 철저히 무시되면서 강행되었다. 그리고 사업자인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철저히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이라는 점도 간과한 것이다.

 인천시나 인천시민을 위해 이자를 탕감해주거나 리턴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바라는 것도 옳지 못한 기대일 뿐이다. 그들은 금융회사라는 자기들의 생리에 맞춰 행동한 것이다.

또한 만약 송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리턴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턴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한편, 교보증권 컨소시엄은 최근 송도 6·8공구 토지리턴의 연장에 관한 협상에서 인천시에 5.19%에서 3.1%까지 이자율을 낮춰 제시했다고 한다.

 반면, 인천시는 2.8%의 이자율을 요구했고 불과 0.3%의 간극을 해소하지 못해서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제 뜨거운 감자는 인천시에 넘어왔다.

 인천시가 새로운 상대방과 0.3%의 간극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 된다. 설령 0.3%를 넘어 2.8%의 이자율로 새로운 토지리턴 또는 대출협상을 하더라도 그 외의 부대적인 조건들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주어진다면 이 또한 실패한 협상이 될 것이다.

 전체적인 상황을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인천시 스스로는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을 여력이 없다. 그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또 어떤가? 인천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이나 사업자들이 교보증권을 떨쳐버리기 위해 인천시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하더라도 교보증권과의 계약이 종료된 시점부터 모든 협상의 힘은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인천시가 ‘을’이 되는 것이다.

이자율은 낮춰주더라도 도시계획의 변경 또는 기타 시설, 행정지원 등 다양한 부대조건들을 요구할 것이다. 그들로서는 그래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가 되살아 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중국이 흔들리고 세계 경제가 위기 상황으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대출 한도를 넓혀주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다시 되돌아선 상황이다. 아파트 한 두 채도 아니고 5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단지의 개발에 성공하기는 그리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가 협상을 알고 합리적이었다면, 교보증권 컨소시엄과 협상을 하는 중에 새로운 금융권 또는 사업자와 유리한 조건의 협상을 진행해 구속력이 인정될 수 있는 헤드 오프 어그리먼트(Head of Agreement) 단계에 이르렀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부터 새로운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한다면 다시 호구가 될 수도 있다. 인천시가 현명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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