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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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을유문화사/ 364쪽/ 1만5천 원.

 "틀을 깨는 생각이 결국 새로운 세상을 연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과거의 고정관념을 깬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들의 머릿속 질문에 주목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틀을 깨는 생각을 한 열다섯 명의 인물을 다룬다.

 사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에 대한 전기는 성공과 업적이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 마련이다. 그런 책은 이미 많다. 「세상을 바꾼 질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인물의 일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인물의 업적이 왜, 어떤 계기로, 어떤 생각에서 나왔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그들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과 찾은 답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도 보여준다.

 그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2015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공모’에 당선작으로 뽑혀 최근 책으로 출간됐다.

 총 열다섯 명의 인물이 그의 질문과 업적을 통해 소개된다. 지금은 위인이자 영웅이지만 그 당시엔 똘아이(?)에 가까웠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벨기에의 의학자로 근대 해부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의 어린 시절, 주변의 작은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해부하던 기괴한 소년으로 주위의 따돌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인체 해부학 시간에 ‘왜 인체 해부학 연구는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걸까?’라는 궁금점을 가진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당시 해부학의 근간인 고대 제일의 대의학자 갈레노스의 해부학설에 의문을 품은 것이다. 그는 많은 동물과 인간의 시체 해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런 시도는 의학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신성시 돼 오던 갈레노스 해부학이 짐승을 통해 본 해부학을 인체에 옮긴 것임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류 무용가로 근대 무용의 시조로 불리는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인적 없는 숲 속이나 해변에서 맨발로 춤을 추길 좋아하는,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맨발로 하는 무용을 시작, 뒤에 ‘자유 무용(Free Dance)’을 창시했다. 이사도라 덩컨의 춤은 ‘왜 불편한 신발을 신고 틀에 박힌 동작으로만 춤을 춰야 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 의문은 발레만이 전부였던 춤 세계의 닫힌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마부들이 입는 승마복을 따라 만들어 입고 모자도 단순한 스타일로 직접 만들어 쓰고 다니던 샤넬(Chanel) 역시 ‘왜 여자들은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치마를 땅에 끌고 다녀야만 할까? ’라는 의문을 달고 다녔다.

 샤넬의 이런 질문은 옷에 갇혀 있던 여성들의 몸에 자유를 줬다. 복식사에 있어 샤넬은 남성복의 실용성과 편안함을 본떠 새로운 여성복 스타일을 탄생시켰다는 것과 거추장스러운 드레스 스타일을 바꾸고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을 벗어 던지게 했다는 점에서 여권 운동가에 못지않는 대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세상에 순응하지 않은 이들의 질문은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을 만들어 냈고 사회적 통념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대부분 바쁘게 살다 보니 세상에 대해 별다른 의문 없이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생각의 단초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어쩌면 가장 간단한 명제를 위인들의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1cm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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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허밍버드/ 336쪽/ 1만4천800원.

"우리에게는 불행 뒤의 행복에만 감동하는 습관이 있다. 맨 처음 찾아오는 행복에도 기꺼이 기뻐하자. 그것이 멋진 인생이고 예술이다."

고정관념을 깬 다양한 시도로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로 유명한 크리에이터 김은주가 2년간의 작업 끝에 신작 「1cm 아트」를 펴냈다.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풀어쓴 수필집으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19점의 동서양 예술 명작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28가지 미션을 요구하고 있다.

책을 이용해 큰 그림을 만드는 등의 미션 수행 중에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지며 인생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책을 마음으로 다 읽은 독자는 사고의 관점을 바꾸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으며,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일상의 작은 것을 기억함으로써,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일상에 숨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비첩금낭(총4권)

지성룡/ 다운샘/ 2천836쪽/ 30만 원.

역주 산성일기 정자본

지성룡 해석·해설·주석 / 다운샘 / 400쪽 / 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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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서예가 고은 지성룡 선생의 역작이다. 서예의 교과서로 불리는 비첩 234개에 있는 아름다운 명구 1만6천 개 구절에 주석을 단 「비첩금낭(碑帖錦囊)」이 출간됐다.

개인 서체로 쓴 명언 명구집은 흔히 서점에서 접할 수 있다. 「비첩금낭」 총 네 권의 책은 중국 3천여 년의 서예 역사를 담고 있다. 비첩에 있는 원문을 그대로 채록·소개해 서체의 발전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중진급 이상의 서예가들에게 적합하다.

이제 막 서예를 시작한 입문자에게는 「산성일기(山城日記)」를 권한다. 궁체 연구자들의 훌륭한 모범 자료로 한글의 예술적 미가 멋들어지게 표현돼 있다. 이 책에서 글씨의 아름다움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읽어볼 수도 있다. 원작은 조선 인조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일어났던 52일 동안의 사실이 기록된, 작자 미상의 일기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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