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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못 보는 다섯 살 예은이가 SBS 방송 ‘스타킹’에 출연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 살 때부터 스스로 배운 피아노 실력을 뽐냈다.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대로 피아노 레슨을 배운 적이 없는 데다 악보를 보지 못해 귀를 통해서만 음을 구분하는 예은이는 박자와 세기를 지켜야 하는 콩쿠르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만다.

 9월 3일 개봉하는 ‘기적의 피아노’는 한때 천재 피아니스트라 불렸지만 아직 피아노와 세상이 두려운 시각장애 소녀 유예은 양이 꿈을 향해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적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촬영만 3년, 편집 2년 총 5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영화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국내 최초 음악영화제인 제1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초청작으로 선보여 지난 18일 막이 내릴 때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JYJ의 박유천이 재능기부로 내레이션을 맡아 들려주는 예은이의 이야기는 밝지만은 않다. 경기도 포천의 어느 마을,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엄마와 아빠가 한 살배기 예은이를 입양했다. 동네에 버려져 주어온 피아노를 가지고 음악을 홀로 익히며 음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예은이,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TV 출연 후 일약 스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제대로 된 피아노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예은이는 커갈수록 피아노와 세상이 어렵기만 하다.

 그런 예은이 곁을 지켜주는 건 엄마·아빠와 음악 선생님이다.

 몸이 불편하면서도 예은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한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아빠.

 속상해서 울면 바보라고 놀리지만 그 누구보다도 예은이를 믿어주는 엄마.

 다큐멘터리 영화로 예은이와 부모들의 소소한 일상이 그대로 보여진다. 때로는 몰래 촬영한 부분도 나온다. 예은이가 콩쿠르에서 떨어지는 모습, 화장실 가는 장면부터 엄마·아빠의 부부 싸움까지 생활 속 소소한 모습들이 모두 담겨있다.

 이제 중학생인 된 예은이는 항상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만 걸었던 소녀가 아니다. 앞으로를 위해 지팡이에 의존해 걷는 법을 배운다. 예은이는 어렵다며, 무섭고, 두렵다고 외친다. 그런 예은이를 향해 엄마· 아빠는 예전처럼 달려가서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지팡이에 의존해 혼자 걸을 수 있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예은이의 미소는 피아노와 함께한다. 음악 선생님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주성혜 교수, 이진욱 피아니스트와 만나는 순간을 가장 기뻐한다. 또 자작 연주곡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피아노로 연주할 때도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3년 동안 촬영된 예은이 가족의 모습들은 이렇게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지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예은이의 현재 꿈은 피아니스트가 아닌 작곡가다. 또 다른 꿈도 있다. "나중에라도 언젠가 앞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런 예은이를 정성껏 돌보는 엄마·아빠의 한마디 말은 영화 속에서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말 중 하나를 소개해본다.

 "(꿈을 이루는 거) 믿음이 있으면 되지 않나요? 우리 엄마가 나를 믿어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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