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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칼럼니스트
지난 한달 여간 보스턴을 시작으로 미국동부 뉴잉글랜드지역을 여행을 하면서 미국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사무엘 헌팅턴은 2004년 출간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국가정체성에 관해 치열한 토론을 국내외에 불러일으켰다. 국가적 이익은 국가적 정체성에서 비롯되므로 국가의 이익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정체성이란 개인이나 집단의 자기 인식이다.

 곧 자기가 하나의 개체로서 남들과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미국의 정체성표출을 "미국의 정신(The Spirit of America)이라는 매사추세츠 주의 자동차 등록번호판 표어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정신은 미 공군 B-2 폭격기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 번호판이 거의 대부분 일본차에 붙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잉글랜드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자동차와 보스턴 시내와 주택가에 주차한 차중에 미국산 차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 중산층소비자들은 일본차의 연비와 가격에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유대인들이나 고소득자들은 독일차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미국소비자들의 실용주의 정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애국심보다는 자유무역과 자동차의 산업 내 무역의 효용이 우선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차의 선호가 소비재구매의 하드웨어부문이라면 그들의 정신세계를 상당 부분 지배하는 소프트웨어는 유대인의 문화이다.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언론, 교육부문과 영화산업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의 입김과 영향력에 잠식되고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증거 한 예는 바이든 부통령이 2013년 5월 ‘유대계 미국인의 문화유산’의 달에서 행한 연설이다.

그는 미국의 정치문화에 유대인들이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칭찬하면서 오늘의 미국을 만든 것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 유대 5천 년의 역사의 문화유산의 영향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보스턴의 공립학교에서 이스라엘의 국경일을 공휴일로 지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체성을 확인한 것은 성조기가 어느 곳이나 게양되어 펄럭인다는 사실로부터 이다. 주청사나 공공기관 뿐 아니라 개인주택에서도 쉽게 볼 수가 있다.

 더욱이 자동차들만이 달리는 한적한 시골도로의 전신주에도 그리고 캐나다와 접경하는 해협의 ‘천개의 섬’에서도 끝없는 성조기의 물결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1년 9.11 테러이후에 일어난 미 국민의 자발적인 애국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흔히 미국의 정체성은 건국의 기초를 놓은 앵글로색슨-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uritan, WASP)의 엘리트문화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즉 언어와 법률제도, 정치사상, 문학, 관습 등은 대부분 영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중심적 요소들은 20세기 까지 유지되었으나 비유럽 이민유입으로 인해 민족성, 인종적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으며, 히스패닉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중 언어와 이중 문화 그리고 백인 엘리트들과 일반대중 간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개념의 차이로 인해 국가정체성자체가 도전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에게는 국가공동체가 지키고 유지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마치 100년 전 제국주의열강의 각축장이 재현되고 있는 무서운 현실에서 우리가 존속하고 세계를 향해 진운할 수 있는 국가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가깝게는 대한민국정부수립의 건국이념과 지도자들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념에 포획된 풍토와 아주 멀게는 상고사존재에 대한 주류역사학계의 역사관의 문제 등을 지혜롭게 풀어야 한다.

먼저 역사에 대한 인식을 공동체가 공유하게 되면 남과 북의 민족공동체문제도 차츰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이번 북한의 지뢰도발사태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성숙한 자세와 젊은이들의 나라 사랑 하는 충정에서 앞날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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