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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
‘일일이 여삼추’란 말이 있다. 하루가 3년 같다는 뜻이다. 3박 4일간 진행되었던 남북고위급 정상회담이 25일 새벽 2시에 타결되었다. 협상 당사자는 물론 전 국민의 애를 태운 회담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새벽잠을 깰 때마다 TV를 켜며 협상 결과를 확인하곤 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회담장 바깥세상에선 별별 추측이 난무했다. 우선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던 북측이 시종일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 궁금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과 평화협정 시간을 끌며 진주만 공격을 준비했듯이 북측도 군사력을 땅굴과 최전방으로 이동시키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실제로 북측은 공격을 하기 위해 진지에 숨겨 놓았던 각종 포를 밖으로 꺼내 남쪽을 향해 조준을 완료했고 잠수함의 70%를 남쪽으로 발진시켰다. 협상 타결을 기다리면서도 국민들이 낙관할 수 없었던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북측의 행동을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북측은 끝내 목함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관계자 처벌, 재발 방지 등 우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교적인 단어인 ‘유감’으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협상이 결렬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측의 요구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양측은 일보 양보를 통해 추후 서울과 평양에서의 당국 회담,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등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 정부 조직 특성상 북한을 견제해야 하는 국방부와 반대로 그들을 포용하고 협력해야 하는 통일부를 비롯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협의회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과거처럼 북측이 요구하는 대로 퍼주고 끌려 다니던 굴욕 외교는 아니라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얼마 전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휘호 여사를 초청하고도 면담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한 당국의 경제협력 선물을 기대했는데 빈손으로 방문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국민들은 집과 직장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반면에 북측의 포탄이 떨어진 연천군과 대북 스피커가 설치된 강화도 교동면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의 대피소에서 화장실조차 제 때 이용하지 못하며 피를 말리는 긴장의 나날을 보냈다.

 비무장지대 농민들과 꽃게잡이 철을 맞아 생업에 나서야 하는 연평도 주민들 역시 마냥 손을 놓을 수 없는 실정이기에 협상 타결 결과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환영의 박수를 보낸 것이다. 어느 나라든 진정한 애국자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알아볼 수 있다.

 육군 7사단 소속 전문균, 주찬준 병장은 전역 직후 함께 제주도로 여행가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매했으나 비상시국에 부대를 떠나는 것은 양심이 허락지 않는다며 전역을 연기했다. 3사단과 15사단의 장병 등 80 여명도 전역을 연기했다.

 공항과 항구를 통해 해외로 탈출을 시도하고 비상식품 사재기로 인해 슈퍼마켓 내 상품이 동이 났다는 뉴스는 먼 나라 이야기였기에 대한민국의 장래는 밝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 글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에서 먼저 포격? 연천군 주민들은 왜 못 들었을까"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시장은 ‘주민들 "아군 사격 소리만 들렸다" 북도 포격사실 부인…포격 지점도 공개 안 해 의문 증폭’이라는 부제가 달린 한 미디어비평 전문지 기사를 올렸다. 공인인 지방자치단체장이 비상시국에 북측에 유리한 기사를 올린 것은 분명 옳지 못한 행동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협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 중 ‘통일은 대박’과 ‘통일은 진정한 광복을 이루는 길’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계기가 되었다.

통일이 된다면 국민들은 두 번 다시 전쟁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군사비로 낭비하지 않고 국민복지와 북한의 천연자원 개발에 사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큰 대박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동일민족인 남과 북이 미국 중국 일본을 더 신뢰하며 상호 불신과 비방을 계속한다면 어찌 우리가 광복을 한 민족이라 할 수 있겠는가. 배달민족이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이 한반도에 더 이상 동족상잔의 군사도발로 인한 희생과 이산가족의 한 맺힌 눈물이 흐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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