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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모 인천보건환경연구원장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에서 무박 4일간의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결과로 해빙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정세로 인해 간과하고 있었던 사고가 있다. 바로 중국 동부지역에서 일어난 연쇄 화학폭발사고다.

 지난 8월 12일 중국 동북부 톈진항 화학물질 보관업체에서는 1천여 명이라는 다수의 사상자와 물적 피해를 야기한 대규모 화학폭발사고가 터졌고, 그 여파가 가라앉을 사이도 없이 열흘도 안 돼 8월 22일 또 다시 중국 산둥성의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톈진항 대폭발 사고는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창고에 보관된 물질이 시안화나트륨 700t, 질산암모늄 800t, 질산염 500t 등 3천t 이상의 화학물질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고 발생 당시 어떤 화학물질이 있었는지, 그 양은 얼마인지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 놀랍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시 말해 사고 발생 직후에도 제대로 된 조사와 대처가 이루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반증한다.

 이러한 이유로 폭발 사고에서 유출된 유독물질(시안)로 인한 주변 오염뿐만 아니라 대기를 통해 다른 지역에 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사고 물질의 특성, 기상여건 등 여러 상황이 근거 없었음에도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괴담이 유포되어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과학적 조사를 실시하는 등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중국 화학사고로 유출된 오염물질의 유입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대기·빗물·바닷물·농작물과 같은 다양한 노출환경에서의 오염성분을 분석하는 등 안전성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시안화나트륨(NaCN) 유입의 간접 지표가 되는 미세먼지(PM-10) 중 나트륨(Na+) 성분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8월 26일까지 빗물과 강화도 주변 해역, 관내에서 채취한 농작물에서도 유독성 물질인 시안(CN)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인천지역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약 30~50% 정도로 상당하다는 연구결가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화학물질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중국과 인접한 우리로서는 불편한 걱정을 계속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렇듯 만일의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의 대비체계를 점검하고 환경감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아울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역시 중국의 폭발사고를 남의 일이라 여길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피해와 사회적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경북 구미공단의 불산 누출사고처럼 화학물질 유출사고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평소 화학물질의 안전한 관리와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응체제를 점검하고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화학물질은 물리·화학적 특성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사고 대처와 영향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별·사업장별로 화학물질 보관 실태를 파악하고 점검하여 사고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옛말이 있지만, 안전과 재난분야에서 만큼은 과할 정도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여러 번의 뼈아픈 경험이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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