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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사회부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요금을 지불할 때,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음식값을 낼 때도 사용하는 신용(체크)카드.

구멍가게부터 대형 백화점까지 요즘 카드는 현금보다 더 흔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자주 쓰는 카드 정보가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해킹돼 복제카드로 돌아다닌다는 한 피해자의 제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에서 아무렇지 않게 긁은 카드 정보가 해킹, 복제되고 범인들이 어디서든 ‘내 카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처럼 음식값을 계산하는데 카드를 내밀기가 머뭇거리게 된다.

인천에서 발생한 복제카드 사건은 마그네틱 단말기를 IC단말기로 교체를 의무화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시행되기 일주일 전쯤 일어난 일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여전법이 시행되고 단말기가 교체되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교체된 단말기는 지금도 전체 가맹점의 2%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여전히 우리는 마그네틱 단말기에 불안하게 ‘내 카드’를 맡겨야 하고, 카드 정보는 언제든지 복제카드를 만드는 ‘소스’가 된다.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해킹된 카드 정보는 건당 5만~100만 원에 판매된다고 한다. 복제카드 범인들이 한 번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덩이와 골프채를 구입해 되파는 걸 보면 카드 정보의 값어치가 왜 높은지 알 수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추가 피해자 여부와 범인들의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카드사의 협조 요청을 했는데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에 놀랐다고 한다.

실제 카드사들은 가맹점이 해킹됐고 복제카드가 돌아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에 미리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피해 고객들에게 전화로 카드를 교체해주고 있었다.

해킹당한 가맹점 위치가 어딘지 알려주지 않아 한 음식점에서 2번의 카드를 복제 당한 제보자도 있었다.

경찰은 이번 복제카드 사건에 가담한 범인 2명을 구속했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해킹을 맡고 전체적인 범죄조직을 이끄는 총책과 국내총책은 중국으로 달아나, 해킹과 카드복제가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금감원에 지시해 여신금융협회가 맡던 단말기 보급과 인증 절차, 그리고 관리감독을 금감원이 다시 직접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점이다. 또 여전법상 3년으로 돼 있는 IC단말기 교체 유예기간도 단축하거나 아예 없애기로 했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적용이 가능하고 널리 쉽게 보급할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이 나와 복제카드 피해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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