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이긴다

100분/ 드라마/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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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위태로운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랑의 의미를 담은 영화 ‘사랑이 이긴다’가 10일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가톨릭문화원과 신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제작비를 처음으로 지원한 영화로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의 힘을 빌려 ‘청소년 자살과 가족 해체’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또 주연 배우들도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사랑의 실천을 더 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불행은 각자의 이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매력 있는 외모에 출중한 학벌까지 갖춰 언제나 자신만만한 은아(최정원 분)는 자신의 딸 수아(오유진 분)의 행복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다. 결혼 이후 찾아온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자신의 딸을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선수이기도 한 수아는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 외국어에도 능통한 영재다.

 하지만 은아는 "전체 3등은 제자리걸음일 뿐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딸에게 항상 더 높은 수준을 기대하며 다그친다. 엄마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수아는 점점 더 깊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삶으로부터 지쳐간다. 수아는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만 바쁜 아버지 등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자 결국 극단적인 결심을 하게 된다.

 수아의 아버지 상현(장현성 분)은 대학병원 내과 의사로 성공한 인텔리다. 하지만 쉽게 타협하지 않는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로 인해 자신의 조교와 성추행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택시비 3만 원을 놓고 택시기사와 한바탕 소동을 피우게 된다. 지구대에까지 끌려온 상현은 찾아온 아내에게 결백을 믿어 달라고 말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둘러싼 끝없는 소음과 함께 아내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진 상현은 결국 아내가 보는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다.

 이렇듯 가족이면서도 서로를 보듬지 않고 파멸로 걸어가는 가족의 모습은 애처롭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족의 소중함, 사랑과 치유 등을 강조하며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제는 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관이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지난해 5월 제작돼 오는 10일 개봉이 확정됐지만, 상영관을 아직 많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호평에도 불구하고 다양성 영화로 취급돼 아마도 일부 극장에서만 상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대해 영화 메가폰을 잡은 민병훈 감독은 "국내에서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만 상영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런 현실이 싫어 아마 이 작품이 한국에서 만들어 개봉하는 마지막 영화"라는 깜짝 발언을 하며 영화 제작 중단 선언을 최근 발표했다.

 아무쪼록 경인지역에서 상영 스크린이 확보돼 많은 시민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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