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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사)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인천에는 동양의 MIT를 목표로 61년 전 설립된 인하대학교가 있다.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를 합쳐 인하가 된 것이다. 한국전란 와중이었던 1952년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 박사의 발의로 출범하게 된다.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원으로 하와이 교포 2세 교육으로 이승만 박사가 운영하던 한인 기독교 학원을 처분한 대금과 1953년 하와이 교민회로부터 정성어린 성금, 국내 유지들의 성금, 국고보조금 등으로 개교한 학원이다.

 우남 이승만은 누구인가? 우남은 학자, 혁명가, 독립운동가로서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나라를 갖게 한 건국 대통령이다. 1948년 역사상 최초에 5·10 총선 후 제헌 국회의장으로서 대한민국의 국호와 헌법의 제정, 단원제의 국회 구성, 대통령 중심제, 삼권분립이란 큰 틀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이것은 반만년 우리 역사 가운데 민주주의가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우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의 북한의 실정을 보면서 오늘에야 알게 되지 않았는가! 더구나 한국전쟁을 극복하고 어렵게 나라를 지킨 것도 불멸의 업적이요, 개방과 국제적 교류를 통한 발전의 계기를 조성해 민족과 국가의 동력이 그로부터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까지 우리나라에는 이승만 기념관이나 그 흔한 동상 하나 제대로 서 있는 곳이 없다. 현대사에서 독재자로만 매도되고 그의 많은 공적은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가려 무관심과 망각 속에 빠져버렸다. 전직 대통령 김영삼 기념관은 거제시 생가에 개관했고 박정희, 김대중 기념관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각각 추진되고 있다. 이승만 기념사업에는 30억 원이 배정됐지만 아직까지 기념관 건립은 없다. 백범 김구선생 기념관은 2002년 180억 원을 들여 건립됐다. 기념관 건립의 목적은 누구를 일방적으로 찬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공과(功過)를 그대로 보여줘 후세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배우는 현장교육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자기나라 전쟁 영웅인 조선통감부 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동상을 세우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뜻과 동양평화 사상을 기리고자 일본인들이 직접 제작한 ‘안중근 동양평화 기념비’가 일본 규슈 사가현의 한 사찰에 세워진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호국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건국 대통령과 근대화를 이룩한 부국 대통령, 그리고 인하대학을 건립한 최초 설립자의 공을 빼놓고는 존재할 수 없다.

 최초 우리나라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은 1956년 서울 남산 분수대에 건립됐으나 4·19혁명 이후 독재자로 몰리면서 탑골공원의 동상과 함께 1960년 철거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가의 기틀을 잡은 명실상부한 건국 대통령이지만 독재자라는 이미지가 지나치게 강조돼 전국적으로 온전하게 남아 있는 동상은 4개 뿐으로 전해온다.

이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과 배재고등학교 교정, 국회 본관 중앙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광장에 있다. 인하대학은 1978년 하와이 교포들로부터 이승만 박사 동상건립으로 당시 5만 달러를 전달받아 인하대 교정에 세워졌다. 최초의 동상이다. 그러나 학교 교정에 우뚝 섰던 이 박사의 동상이 1983년 학생들에 의해 철거됐다. 철거된 지 30년, 햇빛 차단된 창고에 쓰러져있는 동상이 이제는 햇빛 볼 날이 되지 않았는가!

 참으로 만시지탄이지만 지금 인하대학이 이승만 동상 재건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진리의 기준은 그 시기에 따라 변한다. 진리는 무게도 색깔도 크기도 없다. 시대 착오에 의해 역사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들 아닌가, 30년 전 그때의 진리의 가치 기준들은 지금의 잣대가 아니다. 인간은 역사라는 뿌리가 있어야 존재한다.

 옛것에 비추어 개선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조상이 없으면 내가 없는 것이다. 조상이 잘못했으면 후손이 반성하여 바르게 살 것이지 조상을 추앙하지도 않는 것은 후손에 대한 바른 교육이 아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인하대학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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