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간의 공백기를 갖고 오래간만에 펼쳐지는 인천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주인공으로 신입단원이 파격 캐스팅돼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인천시립무용단에 입단한 신예 배아란(28)씨.

오는 19·2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제79회 정기공연 ‘가을연꽃(추련·秋蓮)’ 연습이 한창인 지난 1일, 그를 연습실에서 만났다.

배 씨는 파격 캐스팅에 대해 "국립극장 무대에도 서보았지만 주인공으로 이런 큰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하다"면서 "관객에게 기억되는 무용수로 남기 위해 선배님들과 함께 밤 12시까지 맹연습 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겸손한 첫 인상과 달리 이번 공연을 소개하는 대목에선 설명이 야무지다.

"주인공인 임경업 장군의 칼 추련도의 혼을 상징하는 ‘검의 혼’ 역을 맡았는데, 긴 역경을 딛고 피어나는 장수의 의기를 제 몸을 통해 절절히 표현하고 싶네요. 이번 시립무용단의 공연은 현대 무용인지, 한국 무용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험적이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에요. 또 무대에 선 사람들이 무용수인지 배우인지 관객들께서 의아해할 정도로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환상적인 무용을 보일 거에요"

이번 공연의 매진 가능성에 대해 묻자 신입단원답게 풋풋한 대답을 내놨다.

"여기저기서 벌써부터 공연에 대한 문의가 오는 걸요. 분명히 유료 관객 전석 매진일 껄요"

사실 그는 신예답지 않은 걸출한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무용에 푹 빠져 인천선학중을 졸업한 뒤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 2009년 동아무용콩쿠르 은상·2010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2위 등에 오른 실력파다.

"인천에서 서울 종로·서초까지의 통학 거리가 꽤 길죠. 하지만 무용을 배우기 위해서는 더 먼 곳도 갈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춤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시작한 저에게 무용은 곧 행복이거든요."

인터뷰 말미에 배 씨는 첫 주연 무대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무용가로서의 자신감도 드러냈다.

"무용이 뭔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춤을 춰야 하는 지에 대해 한국예종 김연자 교수께 배운 대로 관객들과 소통하려 해요. 바로 제 역인 ‘임경업 장군의 칼의 혼’과 일치해 마음(상상)으로 춤을 춰 깊이 있는 표현과 좋은 연기를 꼭 선보이겠습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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