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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우리는 세상이 나에게만 힘들게 다가온 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남들은 손쉽게 얻는 아주 작은 평화와 안식조차도 나에게만 허락되는 것 같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좌절했다고 해서 멈출 수도 없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어떻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힘든 시간을 잘 견뎌준 혹은 그 시간을 버텨낸 것 만으로도 대견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버텨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내 몬 현실이 세상 돌아가는 상황 탓 만은 아니겠지만, 마치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운도 없는 이 사나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힘들었던 우리의 지난 날과 마주하게 된다. 평범한 삶이 그러하듯이 극적인 반전이나 해결이 없이 반복되고 누적되는 일상을 통해 견뎌나가는 르윈의 시리도록 추운 겨울 이야기를 만나보자.

칼 바람에 코트 깃이 절로 올려지는 뉴욕의 겨울. 르윈은 여태 가을 외투바람으로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삼십 대의 이 사내는 통기타 한 대를 빼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이런저런 현실에 치인 고단한 몸을 뉘일 허름한 방 한 칸 조차 마련하지 못한 사내 르윈. 그는 오늘도 밤무대에서 ‘포크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친다.

공연 의뢰가 들어오면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인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듀엣으로 함께하던 동료는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고, 공연 후 이유도 모른 채 한 관객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가 하면, 하룻밤 실수로 동료 여가수를 임신시켜버렸고, 남의 고양이도 잃어버린다.

게다가 아버지는 치매로 오락가락하시는 상황에서 누나만이 모든 현실을 감당하고 있는데 그는 염치없게도 그런 누나에게 번번히 생활비를 구걸한다. 자신이 생각해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생활이지만, 그는 아직 음악을 향한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오디션 참석 차 시카고로 향한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포크 음악이 인기를 누리기 전인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꿈을 찾아 길을 떠나는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은 그러나 보통의 로드 무비와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이런 형식의 작품들은 대부분 꿈을 찾아 방황하는 길에서 무언가를 터득하거나 깨달아 결국 작은 성공이나마 획득하는 것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러나 코엔 형제가 연출한 이 작품의 르윈은 길 위에서 어떤 것도 얻지 못한다. 하물며 칼 바람을 뚫고 참여한 오디션에서 조차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좌절의 끝을 맛본 그는 결국 꿈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사실 그는 아버지가 가족을 먹여 살린 원양어선만은 절대로 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갈 곳도 가진 것도 없는 그가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종착역은 결국 배를 타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이마저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다시 돌아 온 뉴욕. 그는 허름한 술집에서 다시 기타를 잡고 예전에 불렀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그 곡조는 어딘지 모르게 예전과는 달라진 느낌이다.

방황과 시련 그리고 혹독한 좌절을 겪은 후에도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던 처음과 같은 자리. 마치 제자리걸음을 한 듯 결국 똑 같은 위치에서 똑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빙빙 돌아온 뒤에 서 있는 그 자리는 예전과는 다른 제자리로, 마땅히 르윈이 있어야 할, 버리지 말아야 할 본래 제자리로 진정성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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