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서예체가 좀 달라요. 중국·대만 서예가들이 가느다란 붓의 세필(細筆)을 선호한다면 국내에서는 오히려 굵은 붓으로 자유롭게 휘두르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차이점이 있어요."

지난 3일 끝난 한국중국대만 서예국제교류전을 성황리에 마치고 다소 홀가분해진 함경란(62)한국서예협회 인천시지회장을 인천 간석역 인근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바다새우 그림(海蝦圖)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창원 청운대 중국학과 교수가 큰 붓을 들고 전시회가 열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내자 다들 놀라며 큰 박수를 보내더라구요"

3개 국가마다 다른 서예의 유려한 조형미를 뽐내며 작가들이 모여 예술을 발전시키는 제22회 서예국제교류전이 호평 속에 끝났고, 지난 7월에 진행된 제27회 인천시서예대전도 마찬가지다.

올해 두 개의 큰 전시회가 끝났지만 함 지회장은 10월 9일부터 시작되는 ‘한글사랑전’ 준비에 또 바쁘다.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의 아름다움을 묵향과 어우러진 서예로 알리는 축제의 장으로 지난해와 같이 많은 인파를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날 서예 부채 증정과 서예가가 직접 써주는 가훈 써주기 등의 행사가 열리고 차(茶) 치료상담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그의 실력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와 한국서예협회 인천시지회가 이렇게 많은 서예 행사를 펼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줄고 있는 서예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지요. 세부적으로 보면 노년층 서예 인구는 늘고 있는 반면 젊은 층이 서예에 입문하기를 꺼려하는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다행인 것은 조형성을 중시하는 아름다운 글씨 쓰기인 캘리그라피(Calligraphy) 붐이 일고 있어 전통 서예를 다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원래 캘리그라피의 어원이 ‘아름답게 쓰다’의 뜻으로 동양의 서예를 일컫는 말이에요. 한 때 유행으로 그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심성교육과 맞물려 최근 인천 지역의 서예 인구가 다시 늘고 있어 다행이죠."

서예의 중흥 시대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지난해 한국서예협회 인천지회장으로 선출된 함경란 선생의 바람대로다. 그는 "1년 4개월 남짓 남은 임기 동안에도 박종갑·금전주·서양희 등의 부지회장들과 함께 인천 서예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소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