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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근 인천대 교수
스웨덴의 복지국가 모델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노동자들에게 실업보험, 재취업훈련, 노후연금 등 따뜻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그들의 제도에 관심을 가진 것이었지만, 차츰 필자의 눈길을 끈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스웨덴 사회가 고비용의 복지제도에 합의한 이면에 경쟁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깔려 있었다는 점이다. 인구 9백만의 작은 나라로 내수시장이 협소한 스웨덴은 수출에 명운을 걸었다. 그러나 해외시장의 사정은 그들의 뜻과 관계없이 수시로 변동하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일제히 외부조건에 맞춰 수시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로써 해직과 전직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노동자들은 안정감을 잃었고, 그로 인해 노동의 숙련을 높여가기 어려웠다. 바로 이 때문에 스웨덴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복지를 고안했다. 노동자들의 자발적 헌신에 의해 생산성을 높여가려면, 생계에 대한 불안을 불식함으로써 평생학습의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다.

 스웨덴 사례가 던져주는 최대의 교훈은 경쟁력에 대한 치열한 인식이다. 흔히 우리는 모순에 직면하면 이를 수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일자리가 부족하면 일자리를 나누어가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어려우면 대기업의 양보로 동반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국가의 보조로 살려내야 한다. 최저생계비, 최저임금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식으로 누군가의 일방적 양보로 다른 누군가를 보호하자는 대책이 백가쟁명한다.

 물론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는데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경쟁력이다. 이를 키워야만 사회안전망과 같은 방어기제를 지탱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이 확보, 유지된다. 바로 이 때문에 한 시대의 모순이 극심할수록 더 경쟁력에 천착하여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과거를 파먹고 살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이 선전하고 있지만, 모두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며 새로운 업의 태동이 부진하다. 고부가가치의 지식사회를 열어가야 하는데 종래의 헝그리 정신과 일사불란한 조직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한집 건너 아버지가 놀고 있거나 아들이 놀고 있다. 저가 중국산 식재료의 쇄도로 우리의 밥상은 풍성해져 있지만, 삶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스웨덴이 복지를 통해 경쟁력의 기반을 다졌다면 오늘의 한국은 어디에서 경쟁력을 끌어낼 것인가. 나는 그 답을 개개인에게 주목하는 활인(活人)의 리더십에서 찾고 싶다. 미국의 경영학자 체스터 버나드는 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도록 지원하고, 이를 조직의 목표 달성에 연결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정의했다.

 오늘날 자본은 전 세계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그러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노동은 자본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하며, 선택받기 위하여 끊임없이 스킬 업(skill-up)을 지향해야 한다. 때문에 지식사회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하다.

 지식을 체화해야 하는 주체가 조직이 아니라 사람이므로 개인에게 걸린 하중은 막대하다. 따라서 개개인들에게 주목하여 상시 학습하고 상시 시도하도록 채근하고 독려하는 개인 중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숨은 잠재력을 개화시키고, 이를 절차탁마하여 완성에 이르는 힘은 오로지 자신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교육자인 나는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최대의 적은 외부의 모순이 아니라 내면의 패배주의임을 깨닫는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지식-스킬-태도를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내면의 오기-끈기-패기를 자극하는데 주력한다. 그리고 어느 날 달라진 그들의 눈빛에서 새로운 결의를 발견하면서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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