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The Long Way Home)

 112분 / 전쟁 드라마 /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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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한 천성일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쟁의 잔인함과 집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며 해학과 재미를 강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기다리며 ‘무사귀환’을 꿈꾸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머와 휴머니즘을 그려내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또 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급 공무원’과 지난해 개봉해 870만 관객들이 본 ‘해적:바다로 간 산적’ 등의 각본을 맡았던 천성일 감독이 이번에도 각본을 맡아 눈길을 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쟁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졸병들’이다.

 1953년 휴전 3일 전, 40대 농사꾼 남복은 입대 영장을 받고 졸병으로 국군에 입대한다. 갓 태어난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오매불망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그에게 드디어 주어진 마지막 임무는 정해진 시간 내에 비밀문서를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무 수행 중 갑작스러운 습격에 부대원들이 전멸하고, 잃어버리면 총살이라는 비밀문서가 하필이면 10대 북한군 영광의 손에 들어간다. 비밀문서를 되찾으려는 남복과 영광의 사투가 그때부터 시작된다.

 인민군 탱크병인 영광의 사연도 기가 막힌다. 열여덟,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하루아침에 제 369 땅끄(탱크)부대 막내가 됐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와 첫사랑 옥분이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하던 어느 날, 무스탕기의 난데없는 공격으로 부대가 전멸해버리고 만다.

이제 남은 것은 탱크뿐, 하지만 탱크 조작법을 책으로만 배운 초보 병사는 우연히 얻게 된 비밀문서 하나를 들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 애쓴다.

 이렇게 서부전선에서 맞닥뜨린 두 졸병의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된다.

 그들의 말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이거다.

 영화 속에서 영광이는 북한 사투리로 "땅끄병은 둘 중 하나야, 땅끄랑 같이 죽든가, 살아서 같이 돌아가든가"와 "우리는 인민을 해방시키려고 왔습네다"라는 말을 수십 번 외친다. 세뇌당한 영광이에 대한 남복의 대답이다.

 "내가 니들한테 해방시켜달라고 부탁을 했어? 사정을 했어! 애기 얼굴도 못보고 이게 무슨 지랄이여!"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다르게 해학과 인간적인 감성을 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영화의 주제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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