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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흥 새정치민주연합 서구강화갑지역위원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국가 발전과 국민 화합이라는 명목 아래 이뤄진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출소한 뒤 2024년까지 향후 10년간 총 46조 원을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25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준공한 M14라인 구축을 위해 앞으로 15조 원을 추가 투자하고, 총 31조 원을 투입해 2곳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이 SK그룹 투자계획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 화합이라는 대명제 아래 특사 자격을 얻은 최 회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SK인천석유화학공장의 주민 안전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1월 SK인천석유화학의 벤젠공장, 파라자일렌공장 증설 허가 이후 폭발사고 위험성, 환경오염 등 안전, 환경, 보건 위해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지금껏 눈과 귀를 닫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주변지역 주민들은 공장 가동으로 인한 소음, 악취, 대기오염은 물론 지난 2011년 4월 화재 사고에 이어 작년 7월 벤젠공장, 파라자일렌공장 준공 후 나프타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SK측은 주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비상대응체계 수립, 객관적인 환경위해성 검증 등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마지 못해 진행했던 제3자 검증은 하나 마나 한 요식철자에 그쳤고 그나마 주민들이 요구하는 장외 영향평가나 건강 역학조사는 이뤄지지도 않았다.

 화학공장이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할 경우 그 위험성은 170여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등 대량 인명피해를 낸 지난 8월 중국 텐진항 화학공장 폭발사고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주택가 주변에 위치한 화학공장의 위험성은 시꺼먼 화염이 하늘을 뒤덮으며 3만여 명이 긴급 대피했던 지난 4월 중국 푸젠성 장저우시 텅롱팡팅 정유공장의 폭발사고로 입증된 바 있다. SK석유화학공장의 생산시설은 130만t에 달해 80만t 규모의 탕롱팡팅 공장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

 만약 폭발사고가 발생한다면 위험성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화학공장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4조 위안(약 730조 원)을 들여 주거지역과 인접한 1천여 개 공장을 개조하거나 이전 재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화학공장 폭발사고 등 화학물질 사고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올 7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는 401건에 달한다. 이 기간 화학물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671명(사망 52명, 부상 61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이러한 화학사고는 91.6%가 기업의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 기업들이 화학사고에 대한 안전 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가 미흡하고 인식조차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더욱이 SK석유화학공장은 주택 밀집지역과 200m도 안되는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고 180m 거리에는 초등학교까지 위치해 있다. 공장 주변 주민들은 연일 시뻘건 화염을 내뿜는 공장 굴뚝을 보며 불안한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기업인 SK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산단에서는 주변지역 피해 여부 조사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고, 영향권 지역 주민들의 이주도 검토되고 있다.

SK도 인천석유화학공장의 폭발사고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영향권내 주민들의 이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나 인천시도 주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나 민원 정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해를 당하고 있는 주민 입장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SK그룹 최 회장은 대기업 총수에 대한 특혜라는 일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 발전과 국민 화합이라는 대명제 아래 일반인들은 누리기 어려운 광복절 특사 혜택을 입었다.

 최 회장은 이에 화답해 출소하자마자 국가 발전,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 아래 46조라는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광복절 특사의 기준과 원칙이 국민 화합이라면 최 회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46조 원의 1%라도 국민 화합과 국민 안전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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