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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고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 한다면? 찾을 수 없다. 왜? 법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왜 그런 법을 만들었을까? 보이스피싱으로 은행에서 돈을 찾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머리가 벗겨진 사람이 감기가 들려서 마스크를 하고 모자까지 쓰고 돈을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그건 난 모르겠고’의 문제로 귀결이 된다. 또한 100만 원 이상만 찾는 경우라 했으니 99만 원까지만 찾으면 돈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인가. 보이스피싱에 대한 방지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은행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웃음을 금할 수 없다. 원인은 보이스피싱 방지가 목적이지, 감기든 모자 쓴 사람을 잡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가끔은 우리가 원인과 결과(인과관계)를 착각 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 착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자신을 속이고 남들한테 착각을 뒤 집어 씌우니 우리 사회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2015년 9월 2일(현지 시간) 터키 휴양지의 한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3)의 사진이 전 세계에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SNS상에서 쿠르디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겨우 세 살배기 아이가 모래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있는 모습은 잠자는 아기의 모습과 같았다. 그 모습은 난민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 주는 한 장의 모습이었다.

 아일란 쿠르디!

 편안하게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 같았다(모래밭이 아니라면). 잠에 취해 그냥 쓰러진 모습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천사 날개를 달고 있는 그림을 그려주는 등 쿠르디의 비극적인 죽음을 그림과 사진에서나마,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쿠르디는 전쟁을 피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가고자 하였다.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웃으면서 그냥 배를 얻어 탓을 뿐이다. 전쟁을 피해 가족과 편안하게 살고자 하는 게 목적이었고 그냥 아버지의 손길을 따라 갔을 뿐. 원인은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야 했고, 돈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배를 탓다는 것이다.

 그런데 쿠르디가 천국에 갈 수밖에 없는 전쟁을 막지 못하면서 난민의 문제(전쟁 때문에 생긴 난민)로, 지금 유럽은 갈등하고 있다. 배가 난파(難破)가 된다면 근처에 있는 국가들이 배를 보내면 해결 할 수 있다.

 배를 보낸다고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리아 전쟁을 막아야, 난민이 없고, 제 2의 쿠르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노력은 원인은 모른 척 하면서 결과만 보는 비겁함의 연장선에 있다.

 아일란 쿠르디는 지금 천국에 있다!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그 천진한 웃음을 같이 할 수도 없으며, 세 살의 영혼이 안식하는 곳은 천국 밖에 없었다. 전쟁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 모두가 아픈 패자일 뿐이다. 분쟁이 있는 한, 아일란 쿠르디는 계속해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시리아의 난민 문제는 세계의 ‘뜨거운 감자’인지도 모른다. 하면 뜨거운 감자를 식히는 방법을 찾도록 선진국이라 하는 -우리가 매번 인용하는 OECD라고 부르는 국가들- 그런 나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지, 그냥 넋 놓고 시간을 보낸다면, 아일란 쿠르디는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일란 쿠르디는 천국에 가면서 이 세상에 마지막 팩트(fact)를 강하게 남기고 떠났다. 어린 나이에 그를 받아 줄 곳은 천국 밖에 없는가 라는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자성(自省)을 남기고 해안가 모래밭에서 엎드려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어린아이가 모래밭에서 숨을 거둘 때 나는 그 순간 무엇을 했는가?

 보이스피싱을 막아야지, 어찌 국민들에게 마스크 하지 말고 모자 쓰지 말라고 하는가?

 원인을 정확히 보고 정책을 만드시오. ‘규제는 만사가 아니다’라는 말, 기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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