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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그동안 인천의 도시발전 방향이 동쪽으로 부천, 남쪽으로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송도경제특구와 북쪽으로 청라국제도시 조성으로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서해로 나아갈 시점이다. 인천에는 168여 개의 섬이 있다. 바다와 섬은 바로 인천의 역사이자 미래이고 가치 재창조의 자원이다.

 섬이 가진 문화유산은 오랜 세월 속에 용해되어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당장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될 수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섬의 가치를 홍보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단순히 바다와 섬이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섬에 역사와 문화유산 이야기가 있기에 찾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섬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면, 우선 인천의 섬들을 권역별로 나누고 그 이미지를 형상화해 보는 것이다.

 즉, 인천 각 섬의 특성을 시간과 거리, 역사적 성격 등을 종합해 4권역으로 분류하고 그 대표적 이미지를 상징화하여 홍보함으로써 섬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도 인천의 여러 섬들이 각양각색의 테마로 소개되었지만 많은 섬과 다양한 테마들에 혼란을 갖게 되고 오히려 ‘그 섬이 그 섬’인 것 같아 변별력이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제1권역은 ‘청정 바다와 사람이 그리운 섬, 서해 5도’ 이다. 4시간 이상의 먼 거리에 위치한 백령도, 대(소)청도, 연평도는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만큼 사람이 그리운 섬이다.

선사시대인의 삶의 흔적인 패총으로부터 조선시대 공도(空島)화를 막기 위해 설치했던 백령진, 말목장, 염전 운영 등의 역사와 고래잡이, 조기잡이 등 과거 풍부한 물산의 중심이었던 지리·공간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제2권역은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섬, 강화군도’ 이다. 1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지만, 왕도(王都)이자 보장처(保障處)였던 강화도의 역사성은 많은 문화유산과 더불어 타 지역과는 구분된다. 여기에 마니산 참성단으로부터 볼음도, 매음도 등 각 섬의 지명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제천의식 관련 유래들, 그리고 역사고도(歷史古都)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다. 강화도는 이제 성지(聖地)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3권역은 ‘뱃길 따라 풍경 따라 떠나는 섬, 덕적군도’ 이다.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덕적군도는 전근대 등주항로를 통해 중국으로 가는 교역로의 거점이었고, 문갑도, 굴업도, 소야도 등 주변 경관은 ‘덕적 8경’에서 나타나듯이 한편의 시(詩)로 표현할 정도로 운치 있는 공간임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

 제4권역은 ‘바다가 육지인 듯 가까운 섬, ‘인천만(仁川灣)’의 섬’ 이다. 자월도, 승봉도, 대(소)이작도와 영흥도, 장봉도, 모도, 신도, 시도, 그리고 중구 관할의 영종도, 팔미도 등 1시간가량의 거리에 위치하여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섬들, ‘섬 마을 선생님’ , ‘천국의 계단’ 등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인천의 168개의 섬들을 4권역으로 분류하여 특성화할 수 있다면, 그 내용들을 아담한 안내 소책자에 담아 홍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권역별로 대표적인 공간에, 그곳이 노천이든 여객터미널 등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든 섬들의 ‘문화유산 이야기 전시관’을 조성하는 것도 섬 가치 제고의 방법이다.

현재 인천의 지향점은 ‘가치 재창조’이다. 가치 재창조의 바탕에는 2030여 년 인천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현실적 재정 여건을 감안한다면 무엇보다 ‘정신적 가치 창출의 의미’가 인천인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 뜻에서, 인천 가치 재창조의 바탕이 되는 ‘인천만(仁川灣)’의 섬들은 미래의 자산이기에 ‘보물섬’이라 불릴 수 있다. 다만, 섬 주민과 여타의 인천인들이 섬이 지닌 역사문화자산에 대한 관심과 재인식을 통해 그 ‘정신적 가치 창출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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