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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강의를 다니고 책을 쓰면서 현재적 개념으로 가장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맬컴 그래드웰과 제레미 구체를 손 꼽는다. 그 중 트렌드 전문가인 제레미 구체는 나와 같은 금융권 출신의 경영컨설턴트라 더욱 정이 간다.

퇴직 무렵 그가 쓴 책 ‘트렌드 헌트’를 읽고 스무가지 트렌드 사냥에 대해 몇 번인가를 반복하며 머리 속에 심어 두었는데, 또 얼마 전 ‘어제같이 일하지 말라(Better & Faster)’라는 책을 선보였다.

 그는 이 책에서 어제처럼 똑같이 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열심히만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고 충고한다. 세상의 룰이 바뀌었고 어제의 성공원리가 부지런히, 열심히 조직에 순응하고 단합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면, 이제 그런 개념으로는 더 이상 승부를 낼 수 없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과거의 수렵시대처럼 사냥감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개인생존이 보장된다고 알려 준다. 이 시대 직장인에게 그야말로 ‘보랏빛 소’ 같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어느 은행 VIP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다니면서 나는 바로 이러한 화두를 던져 내고 있다. 어차피 마케팅전략, 영업전략은 개념싸움이고 나는 그래서 이들에게 개념에서 뒤처지면 안된다는 강박 비슷한 느낌으로 다르게 일하자는 주문을 반복적으로, 그러면서 같은 질문과 같은 주제로 이 강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아마 일반적이지만 조금은 독특한(Commonly & Unique) 논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흔히 모가 나거나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힘을 가진 사람은 <갑>이고 그렇지 못하면 <을>이라는 이분법으로 한 때 우리 사회가 이 문제로 갈등하고 다투며 양분화로 극심한 상황을 맞이했지만, 그 갑과 을은 언제나 가변성이 있고 시간과 명분, 실리에 따라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불확실성 관련 대응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안티프래질’에서 아들에게 화가 난 왕이 큰 바위로 그를 내려치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한다. 그러자 누구도 선뜻 그 명을 이행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자 어느 신하가 그 바윗돌을 잘게 잘라서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을 정도로 쪼개 던지겠다고 건의했다. 그 사이 아들에게 화가 풀린 왕은 그 신하의 혜안에 감탄하고, 이후 고맙게 생각했다고 소개한다.

 이렇듯 권력이란 이름으로, 조직이란 이름으로, 고객이란 이름으로 힘의 양과 질을 조절하지 못하면 ‘새롭고’ ‘나누어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힘은 더욱 더 정교하게 목적에 따라 나누어지게 되고 그러다 보니 각자 개인이 가진 역량과 인생관으로 이에 맞서 대응하는 개인의 힘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그런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자기조직화(Self - organization)란 이름으로 자기주도성을 확인하고 자기책임하에 어떤 일, 어떤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사회성에 대한 자기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선의가 바탕이 된다면 남의 눈치 볼 일 없는 용기가 당연히 이어져야 하고 작은 일이라도 내 생각, 내 판단이 조직을 위하고 사회를 선의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주저말고 선택해서 나만의 개인생존전략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은 절대 매뉴얼대로 풀어갈 수 없고 또 매뉴얼이 필요해서도 안된다. 매 순간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나만의 판단과 실천력을 무기로 이 세상과 맞서야 한다.

다만 ‘자기주도성’이라는 힘을 보다 큰 그림에 보탤 수 있을 때, 그 때는 주변에 양보하며 맞추는 일 역시 현명함의 소산이라 생각한다. 이 경우 자기주도성은 확실하게 주변과의 관계자산에서 그 어떤 강력한 <자산>으로 다시 자리매김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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