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숙 한국미래정책연구원장.jpg
▲ 이행숙 한국미래정책연구원장
얼마전인가? 한국의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 받는 직업은 무엇인가> 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대학생 응답

자 1천202명중 214명(17.9%)이 사회복지사로 1위, 2위에 소방관(17.5%)과 교사(16.3%), 그 밖에 기업인(16%), 환경미화원(7.7%), 연예인(3,5%), 정치인(0,2%)이 차례대로 순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도 유사한 25개 직업 존경도 조사에서, 의사와 간호사, 농부, 과학자, 수의사, 치과의사 등이 90%이상의 지지를 얻어 존경받는 직업으로 선정됐다.

 반대로 존경도가 낮은 직업은 캐나다의 경우 세일즈맨(28%), 정치인(27%), 미국의 경우 기업가(48%), 변호사(45%), 세일즈맨(30%), 정치인(20%), 영국의 경우 건축도급업자(43%), 기업가(28%), 언론인(20%), 정치인(15%), 은행가(15%), 세일즈맨(14%)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위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조차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 3명(0.2%)만이 지지를 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외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위상이 떨어짐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일부 대학생의 답변이 대한민국 전체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왜 이렇게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건지, 이제는 함께 고민할 때가 된 것 같다.

 조사의 순위에서도 언뜻 보였지만 직업, 또는 직업인에 대한 존경도는 존경 받을 ‘자격’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는 왜 위의 직업들을 보면서 존경 받을 ‘자격’을 가졌다고 느끼는 것일까?

 조선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표격인 경주 최부잣집에서는 ‘재산은 만석 이상 거두지 말라’고 하였다. 최부잣집은 지주와 소작인 관계에서 목표 초과이익 분배제를 그 당시에 시행해 약 500년 가까운 부를 유지했는데, 현재로 말하자면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회사 경영진과 종업원 간의 상생경영을 통해 부를 유지한 것이다.

 경주 최부잣집이 사회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대 손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의 손자인 최국선 때부터로, 당시 지주가 소작인에게 농지를 빌려주고 8할 내지, 9할을 소작료로 거둬 가던 시절임에도, 그는 파격적으로 5할만 받아갔다고 한다.

 물론 최국선이 5할을 받게 된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도적질을 일삼던 ‘명화적’의 침입을 받았을 때, 도적 무리 속에 소작농과 그 자녀, 종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소작료를 5할로 내리고, 이후부터 모든 이익금을 소작인과 5대5로 공평하게 나누고, ‘만석 이상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세워 쌀 1만 가마 이상이 넘는 초과이익 발생 시, 일부는 소작료를 깎아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했다고 한다.

 그 이후 주위 소작인들은 최부잣집에서 농사짓기를 앞다투어 희망했고 좋은 땅이 있으면 먼저 최부잣집에 소개하는 등, 그때부터 최부잣집 재산은 해마다 늘어 만석꾼의 발판이 되었다고 한다.

 각박한 이 시대에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보다는 이웃과 나눔을 시작하는 것이 부자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며, 우리에게 지금 진정 필요한 정신이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요즘, 선거구 획정과 정치개혁 문제를 두고 정가와 지역이 시끄럽다. 정치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주판알을 굴려가면서 저울질하고 있고, 그 주판알 앞에는 항상 국민들과 지역민의 이익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것이 진심일까? 지금의 정치행태 앞에서 최부잣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너무 그립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