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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송도는 국제도시라고 불리고 있다. 외부에서는 송도를 신도시라는 호칭으로도 많이 부르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이를 거부한다. 국제도시라고 불리어지길 원한다. 이는 국제도시에 산다는 자부심의 발로일 것이며, 송도의 국제화를 원하는 희망의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도시’란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볼 때 국제도시의 대명사는 뉴욕과 런던일 것이다. 이 두 도시 모두 개방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개방성은 근현대로 접어들며 이 두 도시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온 전통에 입각한다. 또한 그것은 오랜 기간 미국과 영국이 만든 개방적인 제도에 입각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이곳에 모여들었으며, 수많은 기업과 자본이 찾아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에서 국제도시를 찾는다면, 홍콩과 싱가포르를 떠올릴 것이다. 또한 중국의 개방을 이끌고 있는 상하이, ‘중동의 뉴욕’이라고 불리는 두바이도 국제도시 반열에 들어갈 것이다. 뉴욕과 런던이 오랜 세월 개방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면, 이들 아시아의 국제도시 특히 싱가포르, 상하이, 두바이 등은 상대적으로 짧은 개방의 역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즉 아시아의 후발(後發) 국제도시들은 뉴욕과 런던의 개방의 역사를 압축하여 단기간에 달성한 것이다. 그것이 성공한 배경에는 앞선 뉴욕과 런던의 개방성에 대한 철저한 학습, 그리고 이를 단기간에 실현하려는 각국 정부당국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앞서 발전한 국가들을 뒤에서 쫓아가는 후발국들이 이러한 학습과 지원에 힘입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센크론(Gerschenkron)의 ‘후발성(後發性) 이익’이 국제도시의 발전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송도국제도시를 돌아보자. 송도가 중심이 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동북아 경제 허브를 지향하며 국내 최초로 지정되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 영종, 청라의 삼각구도를 갖추며 많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 결과 국내 8곳의 경제자유구역 중에서는 단연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나 상기의 아시아 경제특구들과 비교한다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 발표된 동아일보사 평가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종합 경쟁력은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두바이보다 뒤쳐진 7위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은 비교 대상 7곳 중에서 5위를 기록했다. 인천은 중국 선전이나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말레이시아 이스칸다보다도 낮게 평가되었다. 인천은 특히 시장의 매력도와 투자의 효율성 평가 부문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객관적 평가에서 나타나듯이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그 중심인 송도국제도시의 경쟁력은 결코 높지 않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송도는 바다를 매립하며 탄생되었다.

이렇게 그 어느 도시보다도 인위적으로 시작된 송도가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인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 노력이란 앞서 상하이나 두바이가 했던 경험, 즉 앞선 국제도시들에 대한 학습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선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수도권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그리고 국제도시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병원이 조속히 설립되어야 하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워터프론트 사업이 원안대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 건설 및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송도-시화 노선 조기 착공을 통해 교통인프라가 혁신되어야 한다. 개발이 반환점을 돈 송도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송도 스스로는 물론 정부도 고민해야 한다.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아파트단지가 즐비한 단순한 신도시로 남느냐 하는 문제는, 송도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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