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씨가 강조해온 ‘존버 정신’처럼 좋지 않은 일을 뒤로하고 한 분야에서 끝까지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우뚝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오나봅니다."

예술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세종대학교 회화과 이강화(55)교수가 의외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천 부평고(6회),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후 파리 국립 Ⅷ대학 조형예술학과 석사인 그는 화단에서 알아주는 경력의 소유자다.

10여 년의 대학 강사를 거쳐 2003년부터 세종대 교수로 활동 중인 이 교수는 학교 일로 서울에서 지냈던 3년을 제외하곤 인천을 떠나본 적 없는 토박이다.

이 교수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최근의 역작이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17년간 작업 공간으로 써왔던 인천 부평의 작업실이 지난해 화재로 그동안의 작품들이 모두 불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 강화로 새로운 작업실을 마련하고 생활공간도 옮겼다.

"하하, 제 이름 ‘이강화’대로 강화에 작업실을 꾸몄다고 축하해주는 분들이 많죠. 강화에 작업실을 마련한 미술가들이 무려 100여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놀랐지만, 강화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온 분들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떡였죠."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이 2015년 인천대표작가 전시로 동양화가 최병국에 이어 이강화 교수를 선택하는 데에는 그의 실력과 지역 사랑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10월 11일까지 개최되는 그의 개인전 ‘이강화, 산책전’을 소개하는 이 교수의 말에는 온통 인천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큰 그림인 500호 ‘회상’은 바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인천 삼산동에 많이 있었던 부레옥잠을 그린 작품이고요. 전시회의 거의 모든 그림들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자연 풍경을 소재로 했지만 과거 인천의 모습들을 주목해 기획한 전시회입니다."

인천 토박이 작가답게 지역에 대한 조언도 들려줬다.

"과거 인천의 회화는 다른 지역에 비해 좀 어두운 특징이 있었지만 그런 지역 색깔이 사라진 지 오래죠.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를 떠나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로 흡수된 거죠. 옛 것을 팽개치지 말고 거기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어쩌면 발칙한 상상에 가까운 문화적 창의성을 인천 문화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된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지역 미술가의 전시회가 더 많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야구 선수가 운동 경기에 참가할수록 실력이 늘 듯, 미술가 역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전시회를 더 늘려야 합니다. 수혈(지역의 지원 등)에 의존하지 말고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헌혈(미술가의 전시회)을 많이 펼쳐 자연스럽게 문화가 발전되는 장을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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