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jpg
▲ 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
65주년 9·15인천상륙작전기념 제32회 전국궁도대회가 지난 달 14일 오전 11시, 박우섭 인천남구청장, 강희석 대한궁도협회 감독관, 인천시체육회 박형수 체육시설1부장, 곽희상 체육진흥부장, 이종헌 경영기획부장과 궁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궁도의 본산인 무덕정에서 열렸다.

 박우섭 남구청장의 축사와 무덕정 문명기 사두의 환영사에 이어 협회장은 전년도 개최정인 남호정 이종우 전 사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협회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을 있게 한 9·15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기자고 했다.

 그동안 9·15 전국궁도대회는 전국체전의 전초전 역할을 해 왔기에 각 시·도 대표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올해는 절반도 참여하지 않았다.

전국체전 선수들이 참가한 남자 각궁 죽시 1위 수상자는 전북체육회 김병원, 2위는 전북체육회 이형출, 3위는 세종시청 김정수 선수가 차지했으며 14위까지 모두 인천이 아닌 타 지역 선수들이 차지했다. 일반 선수들의 수도 40%나 감소했다.

그나마 대회에 참석했던 선수들도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휴일이 포함되지 않은 대회 일정과 예산 부족에 있다. 인천에는 10개의 활터가 있지만 주차난 때문에 공휴일에 전국 대회를 열만한 곳은 계양구 산속 다남공원에 위치한 청룡정 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는 무덕정 창립 1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수봉공원 내 자리 잡고 있는 활터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바 있다.

 공휴일을 단 하루라도 포함시켜야 직장인들이 참가할 수 있다는 나의 주장은 공휴일엔 공원 입구부터 혼잡하므로 평일에 행사를 치러야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상임이사회의 결정에 묻혀 버렸다.

 더 큰 이유는 예산 부족으로 수상자 수와 상금을 줄이고 모든 참가 선수들이 기대를 거는 장려상조차 없앤 데 있다. 2년 전 4천만 원이었던 시 보조금이 올해는 무려 40%나 삭감되었다.

행사 주최 측인 나로선 상금과 상품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지만 1인당 십여만 원 이상의 경비를 써가며 참가하는 선수들로선 최소한 장려상이라도 거머쥐고 귀가해야 체면이 설 것이다.

 게다가 궁도계는 오래 전부터 1등 1명, 2등 2명, 3등 3명, 4등 4명, 5등 5명에게 시상을 해 왔고 장려상도 여자부는 15시 7중, 노인부는 8중, 일반부는 10중, 실업부는 11중 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에게 수여해 온 관행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각궁죽시 부 2.3위는 15시13중을 한 6명이 비교를 쏴 3명이 5시5중을 했고 2차 비교에서 2명이 5시5중을 하여 다시 3차 비교에서 2위와 3위가 가려지는 접전을 벌여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자아내게 했다.

 남자 일반부는 15시14중을 한 5명이 비교를 쏴 순위를 결정했다. 이런 경우 관행대로라면 접전을 벌인 선수들 모두가 수상의 영예를 누리고 금의환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은 지난해부터 1인당 25만 원 이상의 상금에 대해 4.4%의 소득세 원천징수를 전국 최초로 집행해 입상자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는 1·2·3위 수상자 수를 금·은·동메달처럼 각 1명씩만 지급하고 장려상도 남발하지 말라며 이를 어기면 40% 감축된 지원금조차 더 삭감하겠다는 지적을 시체육회로부터 받은 바 있다.

이런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타 지역의 궁도인들은 "일개 군에서 개최하는 전국 궁도대회도 지역 홍보 차원에서 4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주는데 광역시 예산이 2천700여만 원이라면 이를 믿을 사람이 있느냐?"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올해는 보다 내실을 기하기 위해 기관장들의 인사말이 담긴 행사 팸플릿도 인쇄하지 않고 절약을 했건만 협회장은 참가 선수들의 불평을 온몸으로 막아야 했고 지난해보다 두 배나 증가한 행사 적자액 6백만 원까지 혼자 떠맡아야 했다.

 그나마 위로를 받은 것은 인천 무덕정 소속 최병만 선수가 활을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신사이면서 남자 일반부 2위를 차지해 인천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9·15 전국궁도대회에서 인천 선수가 3위권 안에 든 것은 시 궁도협회장 취임 후 3년간 대회를 치르면서 처음이었다. 6·25전쟁 당시 9·28 서울 수도 탈환의 기반을 마련해 준 9·15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9·15 전국궁도대회!

 협회장 개인의 취임식도 아닌 국가적 의미의 전국궁도대회 행사를 언제까지 이런 출혈과 원성을 감수하며 치러야 할지 앞날이 걱정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