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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간 인하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발기부전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심인성 원인에 의한 것 또는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겨졌고, 이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및 70년대에 다양한 종류의 음경보형물이 개발되면서 발기부전에 대한 수술적 치료가 시작되었고, 80년대에는 약물을 음경 내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발기를 유발하는 해면체 내 주사요법이 개발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에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의학의 발전으로 90년대 말에는 보다 간편한 경구용 약물인 비아그라가 개발되면서 이 분야의 약물치료에 있어서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유사한 약리작용을 갖는 경구용 약제들이 추가로 개발되었고, 현재 여러 종류의 약제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들 약물을 필요할 때마다, 즉 성관계 때마다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약간 낮은 용량을 매일 복용함으로써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좀 더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경구용 약물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당뇨 등의 만성질환으로 인해 음경혈관이 심하게 손상되었거나, 전립선암 수술 등의 합병증으로 음경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상당 수의 환자에서 경구용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음경 내 주사요법이나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발기부전의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치료방법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기부전은 꼭 치료해야 하는 것인가요?", "성생활에 별로 관심도 없으니까 그냥 둬도 되지 않나요?"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발기부전은 여러 측면에서 반드시 치료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첫째, 건강한 성생활은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둘째, 발기부전은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부부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고, 원만한 부부생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발기부전은 단순히 음경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성인병, 즉 심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의 조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발기부전과 심혈관질환은 노화,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등과 같은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으며, 혈관 내피세포부전이라는 공통된 병인을 가집니다.

동일한 당뇨병 환자라 하더라도 발기부전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에 비해서 향후 심근경색증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행될 확률이 현저하게 증가합니다.

또한 발기부전이 동반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증가합니다. 이는 발기부전 자체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혈관기능이 감퇴되었다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심근경색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를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상당 수의 환자가 수년 전부터 이미 발기부전 증상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는 음경동맥이 심장이나 뇌로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및 내경동맥에 비해서 가늘기 때문이 죽상경화증이 있는 경우 더 빨리 막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기부전을 치료한다는 것은 단순히 발기부전 약물을 복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기술한 발기부전의 원인 질환도 동시에 조기 발견 및 치료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이를 토대로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발기부전이 있는 경우 무턱대고 약을 처방 받기 전에 여러 관련 원인질환 여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므로 반드시 전문가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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