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가중과 관광활성화라는 상반된 형편으로 진통을 겪었던 인천관광공사가 폐지 4년 만에 부활했다.

우여곡절이 컸던 만큼 100명 안팎의 ‘관광전문가’를 이끌고 인천관광 활성화라는 특명을 받은 황준기(59) 인천관광공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법하다.

황 사장은 "취임 이후 하루도 쉴 틈 없이 인천 관광을 통해 먹을 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며 인천관광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해법을 제시했다.

# 인천 관광 살릴 ‘킬러 콘텐츠’ 발굴에 사활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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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사장은 ‘인천상륙작전’과 한류드라마로 관광명소가 된 ‘송도석산’을 인천 관광 활성화의 옥동자로 여겼다.

드라마 ‘겨울연가’와 ‘별에서 온 그대’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떠오른 강원도 춘천 ‘남이섬’과 경기도 가평 ‘쁘띠 프랑스’가 모티브다.

특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사로잡으려면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 발굴이 시급하다.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관광은 ‘와 달라’고 애원한다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관광객이 찾고,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제대로 발굴하고 알리는 것에 관광의 핵심이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이유로 황 사장은 취임 전 인천개항장과 송도국제도시, 소래포구, 강화도 등을 직접 찾아 다녔다.

이후 황 사장은 젊은층, 가족단위 관광객, 실버세대 등 세대와 연령대를 넘나드는 마케팅 홍보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떨릴 때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듯 국내외 관광객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려면 우리 직원부터 미쳐야 하거든요. 우리가 인천의 매력에 미치려면 또 신념이 있어야 해요. ‘우리가 좋아야, 관광객도 좋아 할 수 있다’는 신념이요."

그러면서 그는 최근 국내외 관광객에게 유행하는 개별자유관광(FIT)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 밥상은 잔칫상인데, 밥 한술 뜰 숟가락이 변변찮다.

황 사장은 인천 관광의 현주소를 ‘잔칫상’에 비유했다. 먹을 것은 너무도 많은데, 이를 떠먹을 수저가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개항장 일대는 감탄스러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완벽한 관광명소입니다. 월미도,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인천항 등 그야말로 모두 보석들이죠. 그 중에서도 인천아트플랫폼은 ‘신의 한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낡고 쓸모없이 방치된 폐공장터를 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켰어요. 그 자체가 대단한 혁명입니다. 어찌나 감명이 깊었던지, 제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있었을 때 벤치마킹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황 사장은 칭찬일색인 관광콘텐츠도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되레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치켜세운 인천개항장이 그 골칫거리다.

"인천역에서 내려 차이나타운을 지나 자유공원에 오르고, 인천아트플랫폼과 동인천 문화의 거리, 신포시장 등을 오가는 보행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차로 이동하기 힘들면 걸으면서 쉬고, 사진을 찍고 이런 이정표들이 있으면 좀 더 친절한 길 안내가 될 수 있을 텐데요."

그러면서 그는 보행환경만 고쳐도 신포 닭강정, LP판 전용카페, 맛 집 등의 관광 콘텐츠에 동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 168개 인천 섬 살리려면 뱃길부터 제대로 열어야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이 취임하면서 인천가치 재창조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168개 인천 섬의 가치를 발굴해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대표 명소로 발굴한다는 ‘인천 섬 프로젝트’가 핵심을 이룬다.

이를 위해 이미 시장이 직접 인천 섬을 찾아 주민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관광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등 특별한 애착을 쏟았다.

하지만 관광전문가들과 지역 시민단체는 섬 관광의 현주소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섬과 육지를 오가는 배편이나 늘려줘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황 사장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섬 프로젝트는 성급히 추진하기보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교통인프라 확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3년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최소한 5∼10년 정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천이 가진 지리적 이점이 인천 섬을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기 충분하다는 논리도 폈다.

마리나 산업, 섬 관광, 인천월미도 등 수도권 2천500만 배후를 가장 잘 활용 할 수 있는 곳은 단연 인천이 으뜸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그는 인천 섬과 함께 인천의 자랑인 강화 자연역사문화유산의 우수성에 대해선 칭찬을 그칠 줄 몰랐다.

"강화는 고려팔만대장경과 고인돌 등 이미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곳입니다. 한류드라마 ‘대장금’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는데, 아마도 대장금 이상 가는 한류 영화나 드라마를 모티브로 강화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 유커 모시기 전쟁, ‘치킨게임’은 모두가 죽는 지름길

전국 지자체가 유커 모시기 전쟁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중국 로드쇼에 나섰다.

대규모 연예인 사절단도 따라붙었다. 인천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재정난에 2억 원도 못 되는 인천관광 로드쇼 홍보단을 꾸렸다.

하지만 성과는 대단했다. 무려 22만 명을 끌어왔다. 황 사장은 인천의 이 같은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며 중국 로드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부산을 찾아 국내 로드쇼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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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과가 있었지만 황 사장이 발품을 팔며 얻은 교훈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서울’, ‘제주’ 밑에 ‘경기’와 ‘인천’이라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황 사장은 인천관광의 홍보 전략을 상대방이 끝날 때까지 맞서는 ‘치킨게임’이 아닌 ‘상생’에 초점을 맞췄다.

"인천은 인천공항과 인천항이라는 이점이 있고, 서울은 대한민국 수도라는 명확한 이점을 갖고 있어요. 아무리 인천이 서울을 넘어서려 해도 외국인들에게는 그저 서울과 가까운 위성도시로 밖에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직시하고, 서울을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이점을 우리 것으로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자존심만 세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이 같은 이유로 황 사장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하나로 묶는 ‘수도권 패키지 전략’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인천시에 "짐이 되지 않겠다."

황 사장은 인천시의 재정난을 누구보다 더 걱정했다. 인천관광공사가 부활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게 재정문제라는 점에서 몇 번이고 자신을 채찍질 했을 정도다.

"노경수 인천시의회 의장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그만큼 관광공사 부활에 거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황 사장은 자신이 이끌어 갈 관광공사 운영 방식이 ‘수익 위주’로 흐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없던 조직이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닌 있던 조직이 부활했고, 국제교류재단과 의료관광재단의 역할을 흡수한 만큼 ‘공익’을 원칙으로 한 관광공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다.

그런 면에서 황 사장은 시 재정지원 비율을 줄이기 위해 국비확보를 비롯한 시·인천경제청·기초자치단체 협력사업 등으로 재정 전략을 펼 계획이다.

"시골 마을에 가면 이장 한명만 잘 뽑아도 마을 전체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이장이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수억 원의 정부지원금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죠. 제 역할이 바로 이장이라고 생각해요. 인천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내서 써먹느냐. 그 과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저에 대한 평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300만 인천시민께 약속드리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대담 한동식 정치부장 dshan@kihoilbo.co.kr

정리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사진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황준기 사장 프로필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1년 행정고시 23회 합격

2004~2006년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2009~2010년 여성부 차관

2011~2014년 경기관광공사 사장

2015년 9월~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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