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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영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달문형! 이제야 비로소 내가 돈을 내고 밥과 술을 먹게 되었습니다. 살아 생전 그 많은 자리에서 언제나 계산을 도맡으며 끝내 밥 한 번 못 사게 만들더니, 이제 형이 떠나고 난 후 조문을 하면서 내가 내 돈 내고(조의봉투) 밥 한 끼, 술 한 잔을 먹고 마시게 만들었습니다. 돌아보면 형은 끝까지 우리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심사인 것 같습니다. 달문형!" 라고 어느 후배가 되뇌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 인천지역 기업인에게 북극성 역할을 하며 많은 후배기업인들에게 기업경영의 올바른 좌표와 방향성을 제시해 준 큰 별 당신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말띠해에 태어 나 그렇게 인생 한 바퀴를 돌고 형형한 눈빛으로 초원을 누빈 몽골의 징키스칸 같은 모습으로, 일본 전국시대 무장으로 질풍노도라는 이름을 남긴 오다 노부나가처럼 그렇게 바람을 일으키듯 기업경영과 지역발전, 주변 인간관계에 남다른 혜안과 철학으로 우리를 일으켜 세운 후 그렇게 표표하게 또 다른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항상 단단한 문장력에 논리적 언변으로 어느 자리에서라도 소신과 철학을 거침없이 쏟아 낸 그 모습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생각하니 다시 눈 앞이 흐려집니다.

 기업을 제대로 하려면 투사가 되어야 하고 혁명가의 길도 생각해야 한다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던 생전의 일생은 그야말로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자로서의 담대함이었다고 봅니다.

주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자신에 대한 확신, 단 한 순간도 이기적인 자기만족으로 신뢰를 놓쳐 본 적이 없다는 주변의 말처럼 그는 그렇게 우리에게 지극히 흔하지만 풍부한 삶의 향기, 인간미 넘치는 사연들을 그윽하게 수놓으며 우리와 다른 길을 먼저 간 것입니다. 같은 길이 될 다른 길을 그냥 먼저 그렇게 간 것입니다.

 새벽 잠자리에 들 시간에 친구나 후배들과의 술좌석에서 응석부리듯 꼬득여 기어히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오도록 만들고는, 호방하게 분위기 띄운 후 슬며시 계산서까지 내밀며 허허거린 그 ‘인간적 향기’는 이제 우리 시대에 더 이상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뒤안길인 것 같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힘든 이웃이 있다고 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던 그 따뜻한 마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먼저 손 내밀어 술 한 잔 권하는 그 호방함과 대범한 편린들은 이제 추억의 저 편으로 밀어 놓을 생각입니다.

 더 이상 그런 시대적 추억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일로 접어두고 살아야겠습니다. 앞만 보고 거침 없이 달려 온, 그래서 작은 거인 서달문을 그렇게 보내고자 합니다.

 달문형! 형이 유명을 달리한 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했습니까? 많은 친구, 후배들이 구름같이 모여 이 시대 드문 5일장으로 당신의 인품과 인생에 남긴 유지들을 흠모하며 그렇게 며칠 밤을 지새며 되새기고 울며, 또 그렇게 한 맺힘을 나누었습니다.

형이 마음 나눈 벗이자 후배들은 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렇게 한 마음으로 모여 마치 내 일인양 동분서주하며 형을 보내려고 미련을 떨고 그랬던 것입니다. 아마 하늘에서도 형은 조용히 웃음지으며 친한 벗들과 후배들의 부산함을 애써 받아들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형이 떠난 그 날은 흔히 하는 옛말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 마지막 <형>인 당신 - 서달문이 아닙니까? 정승집 개가 죽으면 상가가 넘쳐나도 정작 정승이 죽으면 초라한 빈소라는 그런 옛말이 무색해져 버린 그런 날이었음을 하늘에서도 받아들이고 웃고 계십시오. 그 웃는 얼굴에 우리 마음 고스란히 담아 올리겠습니다.

그것이 이 시대 당신이 우리에게 남긴 분명한 메시지요 유산이었습니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조금 일찍 떠난 길, 그렇게 돌아 만나더라도 그 형형한 눈 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잊지말고 우리에게 다시 전해 주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아마 다시 우리 손 잡고, 진한 마음 나누자며 그렇게 성큼 성큼 툇마루로 그 손 이끌 것입니다. 달문형! 이제 편히 내려 놓으시고 영면하시길 손모아 빌고 또 빌면서 백아절현(伯牙節絃)하는 최근영이 곡하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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