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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사)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도 거리에는 가증스럽고 더러운 일제 흔적이 일소되지 못하고 국치적인 외색 지명(地名)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한심스러운 일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23일 인천의 유일한 국문신문인 대중일보는 아직도 거리에는 더러운 외색이 일소되지 못하고 국치적인 정명(町名)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개탄했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정명개정위원회를 조직하고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정(町)을 동(洞)으로 고치고 정목(町目)을 가(街)로 개칭하고 이를 광복 이듬해인 1946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 고유의 명칭 동(洞)명을 찾게 됐는데 명치정(明治町)은 부개동, 대정정(大正町)은 계산동, 소화정(昭和町)은 부평동, 이등정(伊藤町)은 구산동, 대도정(大島町)은 십정동, 목월정(木越町)은 간석동, 산수정(山手町)은 송학동, 미생정(彌生町)은 선린동, 운양정(雲楊町)은 백석동, 춘일정(春日町)은 시천동, 길야정(吉野町)은 갈산동, 삼립정(三笠町)은 삼산동, 천간정(遷間町)은 가좌동, 천대전정(千代田町)은 가정동, 낭솔정(浪率町)은 서창동, 송도정(松島町)은 옥련동으로 환원되었다.

 일제 강점기 36년사는 이렇듯 땅 이름의 수난사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일제 민족정기 말살 기도를 느끼지 못하고 최근 인천시 연수구 지명위원회가 이 같은 지명 사(地名 史)를 외면한 채 관할 신도시에 법정 동 명칭을 송도동(松島洞)이라 한 것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되돌려 놓은 몽매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인천시립도서관 조우성 관장의 기고문에 따르면 ▶역사 상 인천 관내에는 송도(松島)란 이름의 섬이 없고 ▶지금의 신도시 지역은 섬이 아닌 바다를 매립한 지역으로 소나무와는 무관함으로 송도(松島, 소나무 섬)일 수 없으며 ▶1936년 일본이 승전을 기념해 일본 군함 명칭을 육지의 정명(町名)에 사용한 14개 정명 가운데 하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송도는 일본식 섬 이름이었던 것. 일본이 청일·노일전쟁 때 전공을 세워 일제가 자랑했던 군함 송도호였던 것이다. 송도란 지명은 애초 인천에 없었다. 송도는 일제가 조선총독부 관보에 처음 등장시킨 일본식 지명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송도 신도시는 머지않아 연수구에서 분구, 단일구로 변경될 것이다. 이때 송도(松島)구로 할 것인가 역사에 죄인이 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아직도 이 땅에는 군국주의 일본이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이 녹슨 채 곳곳에 깊숙이 박혀있다. 그 예를 들어 옛날 조상들이 외리(外里)라 부르던 지역을 경정(京町)에서 비롯된 경동(京洞)이라 아직도 칭하고 있고, 원래는 땅 이름과 관계없이 일본 전함 미가사(三笠)호를 기린 삼립정(三笠町)에서 유추해 후정리(後井里)를 삼산동(三山洞)이라 부르고 있다.

지금 인천시가 행정구역 명칭변경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이나 지역전문가들의 지역명칭변경 안을 살펴보면 ▶중구는 제물포구로 ▶동구는 화도구, 송현구, 송림구로 ▶서구는 연희구, 검단구, 서곳구로 ▶남구는 문학구, 미추홀구로 ▶남동구는 구월구, 논현구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현재 방위식 지명인 중구, 동구, 남구, 서구의 구 명칭이 실제 방위와 일치하지 않아 위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구의 경우는 ‘실제 방위와 맞지 않거나 위치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75.8%, ‘고유성이나 차별성이 없다’는 응답이 24.2%로 나타났고 동구도 ‘실제 방위에 맞지 않거나 고유성이 없다’는 응답이 81.1%, 남구의 경우에도 중구, 동구의 경우와 같은 응답이 나왔다. 나머지 구들도 모두 ‘실제 방위와 다르고 고유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행정편의에 의해 단순히 방위개념에 따라 붙여지고 방위개념에도 맞지 않은 모순된 명칭에 대해 역사성과 주민 정서에 맞는 명칭변경으로 변경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 또한 이번 명칭변경을 진행하면서 아직도 곳곳에 일제 잔재의 냄새가 있는지 살펴, 이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효과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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