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회고록: 미국 외교의 최전선

크리스토퍼 힐 / 메디치미디어 / 524쪽 / 2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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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외교 현장을 누빈 33년 경력 외교관의 경험과 고뇌, 동료애 등이 담겨진 책이 최근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1977년 미국 국무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한국·마케도니아·폴란드·이라크 대사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63)의 회고록 「크리스토퍼 힐 회고록: 미국 외교의 최전선」으로 지난 20일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2004년 9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8개월이라는 짧은 임기를 마쳤던 그는 33년 외교관 생활 총결산과 자신이 걸어온 길 등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크리스토퍼 힐은 주한 미국 대사 최초로 5.18 광주묘역을 방문한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당시 반미감정이 고조돼 있던 때 한국 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시도 차원에서 광주를 방문했다고 회고한다

 "나는 1980년대 중반 한국을 떠난 뒤 2004년 주한 미국대사로 서울에 다시 오면서 한미관계를 시대변화에 걸맞게 현대화하고 혁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국인을 직접 만나는 일에 주력했다. 외교관으로서 늘 만나오던 정부 관리나 기업의 임원들뿐 아니라 온라인 저널리스트와 학생들을 만남으로써 주한 미국대사관을 좀 더 개방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미 대사관 다음 카페 개설’, ‘한국노총 위원장 면담’ 등의 개방적 외교 활동을 이어갔다.

 앞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주한 미국대사관 경제담당관으로도 일했던 그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시절을 떠올리며 "한국인이 갖고 있는 열정과 활기에 반했기에 내가 본 한국의 미래는 아주 밝았다"고 털어놨다.

 이 책은 외교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그가 주한 미국대사 이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야 담당 차관보 및 6자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내며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IAEA로 복귀한다는 약속을 한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상세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370쪽에 적힌 내용이다.

 "나는 2005년 2월부터 북핵 이슈에 집중해온 이래 거의 4년 동안 중국과 한국, 일본을 40여 차례 방문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명성은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파트너로 프로세스에 기꺼이 참여함으로써 많이 변화됐다.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씩,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견지하며 협상했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 받아내기 전에 북한에 양보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뭔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는 또한 그 프로세스를 이끄는 과정에서 중국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했다. 한미동맹을 위협했던 한국과의 인식 차도 극복됐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2007년 대선이 실시될 때 한미관계는 이제 더는 현안이 되지 않았고, 어떤 후보도 반미를 내세우지 않았다"

 이 책의 또 다른 흥미거리는 저자 크리스토퍼 힐이 아버지를 따라 똑같이 외교관이 된 후 만난 특별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데 있다. 그는 마더 테레사, 레흐 바웬사 등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풀어냈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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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하라 마사히로 / 엔트리 / 208쪽 / 1만3천 원

"종잇장 같은 지식 차이로 결정돼 입학한 대학이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현실입니다. 학력 등 스펙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인력관리 시스템이 문제죠. 이러다보니 젊은 학생들이 제한된 성공 모델을 지향하며 지식이 편중된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 후쿠하라 마사히로가 지난해 국내에서 발간된 「하버드의 생각수업」에서 ‘세계 최고 지성들이 생각하는 법’을 소개했다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에서는 ‘글로벌 인재가 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우선 아시아 국가에서의 학습법을 비판한다.

오로지 사지선다형의 ‘한 가지 답’을 전제로 해 그 답을 외우기만 하거나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단시간에 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재가 되는 비결은 ‘지식 쌓기’가 아닌 ‘지식 사용 능력’에 있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김치 읽는 시간  
김진초 / 도화 / 444쪽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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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17회 인천문학상을 수상하고 현재 「Green 서구」와 「한국소설」편집위원인 소설가 김진초의 다섯 번째 소설집이다.

 김진초 작가는 김치를 소재로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먹기만 하던 김치의 종류와 속성을 관찰해보니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 진정한 의미를 다양한 김치의 빛깔과 차별화된 맛으로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설집에 총 13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내시와 수양딸의 고단한 인생을 고수김치에 빗댄 「내시김치」, 마라도에서 태어난 소녀와 백인남자의 이야기가 백김치와 같이 시원하다는 「너의 영토」, 보쌈김치 속에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중국할머니」,대장간에서 칼을 만드는 형제와 깍두기 사연을 그린 「우울한 깍두기」, 김장김치 도둑의 사연이 소개되는 「도둑의 재발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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