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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보원<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인간중심의 경제를 이야기할 때 에른스트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크고 빠른 성장과 작고 느리지만 가치가 있는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목격한 이에 대한 확신은 오래 전 일본을 여행하다 모친에게 드릴 팥양갱을 사러 작은 가게를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말 오래된 아주 작은 가게에 들러 양갱 하나 포장을 부탁하자 노부인이 나와 직접 종이에 과자를 싸주며, 4대째 이어 온 작은 가게지만 나름 역사가 있다고 말하며 공손히 절까지 하고 배웅을 했다. 나는 그 모습에서 그야말로 아름다운 자존감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

 소공인이란, 제조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을 뜻하는 것으로 노동집약도가 높고 기술 기반의 특성이 높은 19개 업종을 영위하는 자를 뜻한다.

대표적인 업종으로는 식료품, 섬유제품 및 제조업, 의복 및 액세서리, 가죽 가방 신발, 화학 물질 제품 제작, 금속 가공 등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전반적인 제조업 전 과정에 골고루 포진하여 활동하며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고령화, 기술 설비의 노후화,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숙련 기술이 단절될 위기에 직면해 있고 설상가상으로 짙은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소공인 업체도 활기를 잃고 있다. 기존 거래처가 줄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소공인도 나타나고 있지만 일감이 들어와야만 작업하는 ‘천수답 경영’은 여전하다.

이를 탈피하고자 소공인들은 신제품을 개발하고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기술력과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박람회 등을 통해 해외 기업과 거래를 트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친분 있는 소공인 끼리 모여 기술융합으로 시너지를 낼 부분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공인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사회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작은 우동집이나 가방 및 수제화 제작기술 등을 대대로 물려받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을 물려준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거기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발전하기 어려운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기에 소공인 특화 지원 사업이 전개되어 소공인 발전에 도움을 주기위해 많은 분야에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종사하는 업종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여 기술 경영 교육, 마케팅, 컨설팅, 자율 사업 등을 지원하며 소상공인들 간의 조직화와 협업화를 유도하여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도록 공동 기반 시설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소공인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체크할 수 있도록 여러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소공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건비, 마케팅비, 판로 개척비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고령화와 폐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과 깊이 있는 경험은 계승되고 발전되어야 할 귀중한 재산이다.

대기업만이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흘린 땀의 가치를 믿는 젊은 사람들이 ‘소공인 특화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바람직한 소공인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최근에는 서울 문래동 소공인들도 힘을 모아 ‘자기만의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기업은 문래예술인들과 협업을 통해 멋진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협업에 성공하려면 ‘협업기술’이나 ‘협업모델’도 필요하지만 양자 간 신뢰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산학협력에 나섰던 몇몇 공대 교수는 "한국인에겐 협업의 DNA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DNA를 탓할 게 아니라 ‘협업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미래는 결국 협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강소기업의 시대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 그것이 답이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 형태를 갖추고 다양한 핵심역량이 협업의 형태로 모아질 때 시너지는 배가될 것으로 본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은 협업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 사활을 걸고 핵심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하기 위한 핵심역량강화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소공인들의 노력에 박수와 갈채를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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