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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만 전 인천시의회 의장
요즘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겁다. 어떤 이는 ‘사회적 경제’를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부정하여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경제체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분배의 양극화, 만성적 저성장,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산, 해외 자본에 의존된 경제발전구조, 많은 자영업자의 몰락 등 부정적 경제 신호가 부각되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란이 양측으로 갈라져 이념적인 갈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실례로 유승민 의원 등이 ‘사회적 경제 기본 법안’을 발의하자 ‘강남좌파’로 불려지기까지 하였다. 때문에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나, ‘사회적 경제’의 개념적 추상성으로 인해, ‘정확히 사회적 경제는 무엇이오?’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어두운 경제현실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사회적 경제’의 의미 파악을 위해 ‘사회적 경제’ 출현의 역사적 배경을 소개해 본다. 첫째, ‘사회적 경제’는 19세기 말 산업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시장실패’에서 출발하였다. 당시에는 ‘규모의 경제’로 말미암아 각 산업분야에서 과점 또는 독점 거대기업이 국가경제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러한 독과점 기업들은 담합 등을 통하여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근간인 경쟁 구조를 무력화시켰고, 소비자들에게는 공급 독점을 통한 독점 이익을 창출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수요독점을 통해 분배과정에서 독점이익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거대기업에 대항하고자 소비자끼리 때로는 노동자끼리 뭉치는 소비자조합, 노동조합 등 다양한 조합이 결성되었으며, 이러한 조합 등이 가지는 경제적 긍정효과는 지금도 헌법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둘째, ‘사회적 경제’는 복지경제체제에서 발생한 ‘정부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80년대에 다시 등장하였다. 이는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출발한 복지국가가 비대한 정부 기구, 과도한 규제, 예산 낭비, 행정의 비효율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대해진 정부의 역할을 ‘사회적 기업’이 하도록 한 것이다.

즉, 장애우 등 시장경쟁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취약계층들을 고용하거나, 또한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자원봉사단체나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신 하도록 한 것이다. 취약계층의 노동을 통한 수익을 바탕으로 구매능력을 확충시켜 필요한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정부부문에서 시장경제부문으로 부분적이지만 이동하게 한 것이다.

 셋째, ‘사회적 경제’는 90년대 확대되어가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주의를 더욱 확대시켜 국경을 넘나들며 수익이 생길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투자를 하게 하거나, ‘유동화’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필요한 모든 곳에 경제적 이익만을 근거로 자본을 모집하게 하거나, 또한 기업 등 경제적 생산물을 창출하는 모든 곳의 소유권 및 의사결정권을 자본을 투자한 자에게만 집중시키게 하였다.

 이 결과 자본의 세습화를 통한 기업의 세습화, 기업에 대한 내부 비판 기능 부재로 인한 경쟁능력 축소, 주주들의 자본회수를 위한 배당 요구 등으로 인한 기업의 미래발전능력 하락 등의 문제가 양산된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노동자들에게 ‘우리사주’를 지급하고, 노동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10배로 확대하거나, 기업을 처음 만들 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 가는 모습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에서도 그 유례가 드문 고도성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경제대국으로 진입한 국가이다 보니 앞서 제시한 경제적 부정 현상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매우 큰 실정이다.

 이에 시장경제체제가 어려울 때마다 대안 논의로 진행해 온 ‘사회적 경제’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절실하며, 이를 통하여 현재 우리나라 시장경제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고, 보다 진일보한 시장경제체제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불필요하고 양극화된 이분법적 논의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실사구시의 논의를 통해 우리 경제의 숨통을 열어 줄 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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