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카고.jpg

고전적인 형태의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춤과 노래 화려한 볼거리와 쉬운 이야기 구조로 짜인 뮤지컬 영화에는 관객을 행복하게 하는 그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오늘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오랜 시간 뮤지컬 공연으로 사랑 받고 동명 작품 ‘시카고’다.

이는 1926년 한 재판의 상황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작품으로 이듬해인 27년 연극으로 선보인 데 이어 영화,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되어 80여 년이 넘게 사랑 받아 온 작품이다. 오늘은 그 중 2002년 제작된 롭마샬 감독의 뮤지컬 영화 ‘시카고’를 만나보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미국은 번영의 시대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분야의 지속적인 발달로 황금시대를 구가한 미국의 이면에는 향락과 불법, 퇴폐와 폭력 등이 검게 도사리고 있었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는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화려한 삶을 꿈꿨던 록시는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무료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주부이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긴 하지만 반듯하고 재미없는 남편을 뒤로하고 자신을 스타로 키워주겠다는 바람둥이의 유혹에 넘어간 록시는 이후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고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게 감옥으로 넘겨진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이 동경하던 보드빌의 스타 벨마를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미모와 관능미 거기에 노래와 춤 실력까지 빼어난 그녀는 시카고 연예계의 스타 중에 스타이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범죄에 휘말려 일급살인 죄로 투옥하게 된다.

그렇게 록시와 벨마는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된다. 그러나 죄값을 치르러 간 감옥에서도 두 여인은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벨마와 록시는 거금을 들여 시카고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사인 빌리를 고용하고 그 또한 돈만 지급한다면 사실과 다른 변론을 하는 것에 대해 일말을 거리낌도 없었다.

화려한 쇼맨십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빌리, 록시, 벨마는 무죄를 주장하며 여론조장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스토리와 함께 영화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의상과 눈부신 조명, 신명 나는 노래와 눈을 뗄 수 없는 안무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상영시간 내내 사로잡는다.

영화의 결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권선징악 구조와는 다른 결말로 마무리 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흥겨운 보드빌 형식의 공연에 매료된 관객은 영화의 결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뮤지컬 영화만의 판타지에 동화되어 그 나름의 해피엔딩을 즐겁게 받아들이게 된다.

 향락과 퇴폐, 환락과 천박한 자본주의로 점철된 당시 시대상황을 배경을 한 이 작품은 부패한 시대와 당시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하긴 하지만 풍자성 보다는 뮤지컬 장르의 공식에 더 가깝게 다가간 작품이다.

영화 ‘시카고’는 비난과 고발대신 흡인력 있는 강렬한 무대 속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 흥겨움에 도취시킨다.

 그 결과 이 작품은 2003년 제60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남·여주연상을 받았으며, 제75회 아카데미 작품상·여우조연상·편집상·음향상·미술상·의상상을 수상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