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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혜경 화성동부경찰서 정남파출소 경사

8년 전, 신임순경으로 지구대에 발령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 날 밤에도 어김없이 한 남성이 들어왔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은 술에 취해 아무런 이유 없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구대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자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거 아니냐, 민중의 지팡이가 이래도 되느냐"며 의자를 발로 차고 말리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나와 선임 경찰관은 술이 죄이려니하고 난동을 부렸던 그 남성을 집까지 귀가시켰다.

그 다음날 얼굴이 익은 한 남성과 중년의 여인이 지구대를 찾았다. 전일 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웠던 남성과 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경찰관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어머니의 요청으로 지구대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을 아들과 함께 보았다. 술에 취해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CCTV 속 낯선 자신의 모습에 그 남성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취자 등으로부터 업무 수행 중에 당하는 경미한 폭력 등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정부에서는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3항 ‘술에 취한 채로 관공서에 몹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 하도록 법을 제정하였고, 사안에 따라서는 초범이라도 현행범 체포 등 형사입건 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엄정대응하고 있다.

주취자들이 경찰관서에 와서 난동을 부리는 그 시간, 경찰력 낭비로 인해 정작 경찰이 필요한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입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술을 마시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용서를 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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