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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림 인천대 외래교수/칼럼니스트
얼마 전 터키를 여행한 적이 있다. 북방에서 우리와 역사적으로 이웃했던 돌궐족 후예들의 유목문화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아나토리아 반도로 서진해 온 투르크족은 11세기 셀주크왕조를 세웠고 그 후 1299년 오스만 공국으로 시작한 오스만제국은 1922년까지 아나토리아 반도는 물론 메소포타미아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그리스, 지중해와 북아프리카, 발칸반도와 흑해연안의 동유럽까지 지배한 대제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 터키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소아시아에 세워졌던 그리스 로마와 기독교문화 유물과 유적이 대부분이다. 이는 자칫하면 터키문화의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는 아이러니이나 터키는 이들 문화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즉 그리스·로마의 역사적 영토와 문화를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사에는 주변국가들 간에 역사적 영토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국영토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자국의 역사라는 주장으로 역사적 영토를 부인하는 패권주의적인 국가도 있다. 2002년에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러하다. 고조선에서 부여, 고구려, 발해에 이르는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고 있다.

 그들은 고구려가 중국역사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첫째 고구려는 오늘날 중국의 영토인 만주에서 건국되었으며 대부분의 기간 그 중심부인 도읍은 만주에 있었으며 중국의 동북변방에 있었던 소수정권이다.

둘째 한민족은 그 활동영역이 한반도를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만주에서 활동한 고구려인들은 한민족에 포함될 수 없다. 셋째 고구려는 서한 무제가 설치한 중국의 행적구역인 한사군 가운데 하나인 현도군에서 건국된 나라임으로 중국을 계승한 나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논리에는 우리 역사학계가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한국사개설서에는 고구려는 청천강 이남지역으로 국한해서 보는 견해가 지난 날 우리 학계의 통설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가 한민족의 나라라는 분명한 논리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사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고조선연구회 회장인 윤내현 교수는 지적한다.

첫째 고구려건국 이전에 한반도와 만주는 하나의 정치공동체를 이루어 그 거주민은 이미 하나의 민족으로서 한민족을 형성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고구려는 중국의 행정구역인 현도군에서 건국된 것이 아니라 한민족이 건국한 단군조선을 계승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고대사의 체계의 근본적인 잘못을 해결해야함을 윤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우리 역사 왜곡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의 강단사학자들은 실증주의의 틀에 갇혀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축소 지향적으로 보고 있는가이다.

우리의 상고사는 곧 우리민족의 정체성이다. 이는 곧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역사적 사실에 의해 확인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가들에겐 세계역사의 진운을 읽을 수 있는 혜안을 우리에게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해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러나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정교과서논쟁을 보면 과연 강단사학자들이 현·근대사를 통해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줄지가 의문이다.

역사란 과거에 대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하는 것은 역사를 해석하고 기술하는 방법이다.

즉 역사적 사실에서 강조할 부분과 경시해도 될 부분을 구분하는 것과 사실에 대한 가치 판단하는 일이 바뀔 뿐이다. 이는 역사기술자의 개인적·국가적 이념과 문화적 편견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흔히 이를 역사를 보는 관점이라고 한다.

따라서 관점과 이념이 서로 다른 학자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최근세사의 이슈에 대해 열띤 토론으로 ‘표준교과서 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정치세력이나 이념집단이 개입해서는 안된다. 차제에 고대사도 주변국가로부터 왜곡당하지 않도록 분명한 논리로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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