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쫓는 인생을 선택했다면 지금처럼 계속 무대에 서지 못했겠죠. 20여 년간 해외 공연을 돌며 더 재능이 있는 예술인들이 우리 무대 앞 관객으로 앉아 있는 경우를 숱하게 봐 왔답니다. 결국 음악할 때는 순수해야 한다는 믿음을 지켜 온 것이 여기까지 온 비결 아닌 비결이랍니다."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란 사명감으로 음악을 통해 사랑을 전하는 음악단체로 유명한 필그림앙상블(Pilgrim Ensemble)의 김종문(51)단장의 이야기이다.

무료 자선 공연 등 이웃과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 실천하고 있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SBS 관현악단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김신형(55·여)씨가 1991년 결핵에 걸려 "더 늦기 전에 사회를 위해 음악으로 봉사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출발한 연주단이기 때문이다.

2003년 뒤늦게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김종문 단장이 합류하면서 클래식과 팝을 접목시킨 연주로 색깔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해외 공연인 2004년 태국 빠마이 축제는 필그림앙상블 단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김 단장이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자비로 참가해야 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죠. 단장으로서 예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구길 수가 없어 반대했지만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단원들의 마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말았는데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어요." 태국 산악지역에 사는 원주민 1천여 명이 이 공연을 보기 위해 2박 3일을 걸어 왔고, 연주마다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을 보고 감동 그 자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계속된 해외 공연이 주목받으면서 세계적 무대인 뉴욕 카네기홀에서 2007년 9월 22일 자선 연주회도 가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상급 연주팀이라는 것을 과거 경력과 공연 등에서 쉽게 알 수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 초청 연주, 한일월드컵 전야제 음악 작곡, 인천아시안게임 유치 기념 ‘인천의 노래’ 작곡·연주 등이 다 그들의 열매이다.

몇 년 전부터 해외보다 인천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면서 문화예술 진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한 예술인들에게 수여하는 ‘인천예총 예술상(연예 부문)’도 지난해 김 단장이 대표로 탔다.

필그림앙상블은 최근 인천에서 나눔 공연과 함께 음악교육 사업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시민들을 위해 악보와 악기를 지원해 음악을 가르치는 필그림 오케스트라 운영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필그림앙상블 인천녹음실에서 열린다.

김종문 단장의 꿈은 한 가지다. "가족 또는 삼대(조부모-부모-손주)가 음악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이 고향 인천에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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