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주민들이 뿔났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대규모 고가도로’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이동권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추세지만 유독 서구지역만 시대를 역행하는 고가도로 건설이 늘어나고 있다. 서구의 경우 수도권매립지와 주물공단 대기오염, 대규모 발전단지, 폐선박 수리단지 조성 추진 등 주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주민 반발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인천가정 공공주택지구 개발로 광역교통 계획에 따라 경명대로와 남북측 서곶로 교차지점인 공촌사거리에 대형 고가도로가 동서축으로 건설된다.

LH는 이달 안으로 설계 경제성 검토를 마친 뒤 내년 초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인근 공촌사거리 주민들은 물론 서구 주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당장 강범석 서구청장은 3일 긴급 성명을 내고 ‘공촌사거리 고가도로 건설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강 청장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로 검암역~대인고 구간에 남북방향 고가 교량이 설치돼 이미 검암지구가 동서로 단절됐다"며 "공촌사거리마저 고가도로가 생긴다면 연희동과 공촌동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서구의 중심축인 공촌사거리 일대가 흉물스러운 고가도로 지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강 청장은 LH에 이달 안으로 공촌사거리 고가도로 건설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했으며 공촌사거리 고가도로 건설 예정 구간을 지하차도로 변경할 것과 지하차도가 힘들 경우 평면 확장을 통해 도로를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용식 서구발전협의회 회장은 "인근 서울만 봐도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고가차도를 철거해 주민 이동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서구는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아라뱃길이 서구를 남북으로 반토막내고,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 동서로 반토막 내더니 이젠 고가도로가 서구를 망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