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jpg
▲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고 있다. 시험을 보는 당사자와 수험생을 가르친 교사들은 물론, 가족과 학교 선후배, 심지어 일가 친척까지도 높은 점수를 기원하며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우리 민족의 유별난 자식 사랑과 높은 교육열의 산물일까? 이맘때면 전국의 명승지와 고찰은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그들의 흔적으로 장식되곤 한다.

그 속에 담긴 부모 마음에 애틋함과 함께, 수능을 마치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문으로 착각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씁쓸한 심사 또한 금할 수 없다.

 최근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사회 전체가 각박해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정서적 불안과 불신이 증폭되고, 갈등과 분노가 증가되고, 이혼율이 높아지고, 결손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결손가정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 문제와 자녀교육 문제이다.

 기원전 1세기께 한나라 유향의 저서 열녀전에 기록된 孟母三遷(맹모삼천)은 모범적인 자녀 교육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손꼽히는 맹자는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결손가정에서 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자를 누구보다 훌륭한 인물로 키워낸 맹자 어머니의 자녀교육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를 하며 자식을 가르친 것을 孟母三遷之敎(맹모삼천지교)라 말하며, 어머니의 정성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비록 혼자 몸이지만 자식만은 제대로 기르기 위해 노력한 맹자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다고 한다.

어린 맹자는 장례 치르는 흉내를 내며 놀았고, 그런 자식의 미래를 걱정한 어머니는 시장 근처로 이사를 하였다. 그러자 맹자는 장사꾼 놀이를 하며 놀았고, 이곳 역시 자식을 교육시킬 곳이 아니라고 판단한 맹자의 어머니는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를 했다.

맹자가 예의범절과 글 읽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여기야말로 자식을 훌륭하게 가르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한 어머니는 그곳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맹모삼천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에게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세 번씩이나 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 묘지 근처에서 살면서 맹자에게 철학의 근원인 죽음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했고, 시장을 통해 삶의 치열함과 경쟁을 체험하게 한 후,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함으로써 삶의 치열함과 죽음의 허망함을 바탕으로 학습해 인간과 세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그토록 현명한 맹자의 어머니가 시행착오로 이사를 반복했을 리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사려 깊은 판단과 혜안에서 비롯된 의도적인 이사였다는 것이다.

 즉 부모로서 자식에게 풍부한 물질적 지원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보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진정한 사랑이며 교육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은 바른 인성 함양과 소질 계발, 자아 실현과 행복한 삶의 추구에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갈수록 본질과 목적을 잃어가는 듯하다.

학교수업을 마친 청소년들을 쉴 틈도 없이 학원이나 교습소로 내몰고,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높은 수능점수와 명문대 입학을 기대하는 모습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 필요하다면 자식을 위해 자신의 인생마저 희생할 수 있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런 자식 사랑과 높은 교육열은 물질적 풍요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낮은 행복지수와 높은 자살률은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질과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행한 결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랑과 믿음으로 정신적인 풍요로움 속에 자란 사람들이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환경이 우리의 삶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이나 물질적 영향보다 내면의 본질이나 정신적 영향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보다 나은 환경을 따라 이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변함없는 따뜻한 사랑과 열정, 자녀 교육에 대한 깊은 안목과 지혜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