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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최근 영화 ‘인턴’을 보면 은퇴한 70세 주인공(로버트 드 니로)이 온라인 쇼핑몰 대표 젊은 여성 CEO(앤 헤서웨이)를 모시고 정장 차림에 안경과 만년필을 가지런히 하는, 그러면서 딸 또래의 대표가 자리로 다가오면 두 손을 공손하게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다.

 그렇다고 비굴해 하거나 자기비하의 방식은 아니다. 주변 관리자급 직원, 새내기 신입직원들과도 자신의 경험을 모나지 않게 전하며 함께 잘 어울리며 지낸다.

 아무튼 당당하면서도 나름 노년의 멋진 삶을 구가해 간다는 내용이며 경험은 세상을 보는 눈이고 또 다른 나눔과 배려, 도전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얼마 전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이란 개념에 대해 미디어 자료로 검토해 본 적 있었다. 고혈압 약을 먹었는데 머리털이 자랐다는 이야기, 항우울제를 먹었는데 조루증이 나았다는 그런 ‘효과의 다른 전이’에 관한 글이었다.

신약개발에 따른 임상과 실험, 약효와 부작용, 안전성, 유효성 등에 관한 글이었지만 우리 인생도 이러한 리포지셔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쥐약으로 시판됐던 ‘외피린’이 항응고제로 사용된 사례, 눈꺼풀 경련 치료제가 잔주름 치료의 미용 목적 약제 보톡스로 각광을 받게 된 그런 이야기들이다.

알려진 물질을 재활용한다는 개념으로 다른 효능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실험과 연구로 비용도 줄이고 리스크도 줄이는 프로세스를 우리 인생에서도 적절하게 대입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의 초전문성, 지식주기의 초단파적 파장으로 인해 새로운 또 다른 슈퍼 전문가가 속속 나타나는 그런 시대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주기가 빨라지고 달라지며 그래서 ‘변동성’이란 화두가 이제는 일상의 흐름으로 세상 보는 눈을 바꾸어 놓았다.

 문제는 이럴 경우 시기(Timing)에 대한 고찰과 주변 정리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언제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비전으로 인생무대에 나설지에 대해 시기와 용기, 열정과 마인드 맵이 복잡미묘하고 다난하게 자리잡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무척 많은 요소가 발목을 잡고 장애가 되며 힘이 미치지 못함에 절망하고 좌절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에게 인생 리포지셔닝은 아주 중요한 의미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임계점을 넘어야 진화한다는 자연생태계 속설도 바로 이러한 인생 후반기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이자 몰입이며 방향 설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가진 지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듬고 재조명해 살아 온 경험과 새로움을 더한다면 그 자체가 진화인 셈이다.

물론 그것이 모두일 수는 없다. 당연히 세월 앞에 느끼는 무력감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항상 배우고 공부하며 나누는 자세, 마음 부자의 그릇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내용을 더하는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 갈 줄 안다는 것이다.

 배우는 것은 안다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이며 변동성이 큰 세상에서 배우는 사람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변동성은 복잡함을 뜻하며 그 복잡함을 모두에게 유익한 단순한 프레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리포지셔닝이다.

 바로 그 개념을 바탕으로 방향성에 동의를 구한다면 그 자체가 올바른 길이고,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되면 그 길을 따라 꾸준히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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