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자 고용 촉진법에 규정된 정년을 현행 만60세에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오정과 오륙도가 유행어처럼 되어 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정년 연장이란 얘기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처럼 65세 정도로 늘릴 것 같다고 한다. 이 방안이 확정되더라도 강제조항이 아닌 만큼 기업들이 규정을 그대로 따라준다는 보장은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몇 년째 경영난을 겪는 터여서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고참 사원의 정년 연장을 시행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신입사원을 한 명이라도 더 쓰겠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일 것이다.
 
결국 정년 연장의 문제, 다시 말해 나이 든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은 국가적으로는 매우 긴요하지만 당사자인 기업으로서는 별로 내키지 않는 문제라는 얘기가 된다. 내키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50대 퇴출이 일반화했고 최근엔 30대까지도 퇴출의 위협을 받는 현실에서 정년 연장 방안은 전혀 현실감 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노동력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국민연금 재정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년 연장이 국가적 요구사항이 됐다면 기업들도 이를 마냥 나몰라라 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해결방안은 기업들이 50대, 60대 노동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 되겠는데 그건 이미 여러차례 나온대로 임금 피크제, 파트타임제 확대, 상품 고급화 등에서 찾는 길밖에 없다. 또 기업도 기업이지만 임금 피크제, 파트타임 확대 등이 노조의 협조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노조도 국가적 상황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갖춰야 정년 연장이 무리 없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 등 주변국들의 상황을 감안, 이젠 고급화로 승부하는 도리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기업 내에서 완벽하게 형성돼야 정년 연장을 통한 숙련공 확보 문제나 한국산업 회생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국가적 필요성이나 기업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국민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정년 연장은 긴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고령사회를 코 앞에 두고 지금처럼 `젊은' 실업자가 많아서야 장차 젊은이들이 짊어져야할 사회비용이 과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노인들 입장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겠다. 직장에서 퇴출되고 그냥 쉬는 게 아니라 평균 사회은퇴 연령인 68세까지 대부분 잡일을 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어렵더라도 기업들이 결단을 내리고 노조가 협조해 지금 너무 내려가 있는 평균 근로연령을 늘려야만 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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