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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요즘 20대 30대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과 ‘흙수저’라는 심상치 않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영어단어 hell과 조선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경쟁체계,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자살률 등 구조적인 모순을 비꼬는 자학적인 표현이다.

 흙수저는 금수저, 은수저와 대비되는 표현으로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의미 한다. 누군가는 부모의 재산에 따라서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를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 놓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헬조선과 흙수저는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 새파란 나이의 청년들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어른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다. 다만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면 이는 사회적인 현상이므로 누구를 책망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해결책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쟁의 연속이다. 끊임없는 경쟁은 결국 소수의 승자만을 남겨두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세상으로 이어 질수 있으므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와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도 약육강식의 한 단면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정거래법 같은 법제도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개인적인 능력과 노력의 차이로 경쟁의 결과가 만들어 진다면 승자도 패자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경쟁의 출발점이 달라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를 극복할 수 없다면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서 자식의 경제력도 결정되는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닫힌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상위 부자들을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의 부자들은 대부분 상속을 받은 부자들이고, 미국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우리 보다 더 잘살고 자본주의 역사도 오래된 미국보다 우리의 경제적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지금의 청년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적 교육환경에서 공부한 뒤 대학에 진학해서도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했다. 비싼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출을 받아 사회에 나서자마자 빚쟁이가 된다.

청년실업률은 계속 높아져 졸업 후에도 취업문은 뚫기 어려워 졌고, 취업이 되어도 본인의 힘으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가 않다. 청년들의 이런 사정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했다고 하는 의미의 ‘3포 세대’라는 말로 대표되었다.

 우리나라는 연공서열 제도가 일반화 되어 있고, ‘열정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청년들의 희생이 강요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또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비정규직 비율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고용의 질이 떨어지니 삶의 질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재벌과 정치인들의 군면제 비율과 면제 사유를 다루는 인터넷 기사에 청년들이 "역시 헬조선"이라는 댓글을 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과 흙수저는 대한민국의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외침이다.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고, 부모가 부자인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의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다. 반면 이와 같은 불공정함을 시정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부족하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이 타고 올라온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으면 대한민국의 희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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